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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9,43ㄴ-45 예수님의 두 번째 수난 예고와 나의 두 번째 서원 본문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경험하고도, 수난과 부활 예고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니면서, 복음의 제자들처럼 우리 역시 수난을 겪어야 하고 수난 후 부활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참 쉽게 잊고 삽니다. 루카 복음에서 두 번째로 나오는 이 수난과 부활 예고는 사실 다른 공관 복음과는 달리 수난에 관한 언급(넘겨질 것이다)만 있고 부활에 관한 언급은 없습니다. 두 번째 예고이기 때문인지, 부활 없이 수난만 언급되었기 때문인지 저는 이 복음을 읽으며 저의 두 번째 서원, 첫서원 이후의 서원 갱신을 떠올렸습니다.
서원 갱신 미사는 첫서원 미사와 달리, 마치 영광스러운 부활에 대한 언급이 없는 오늘 복음처럼, 화려한 성당 꽃꽂이나 장궤틀에 씌우는 하얀 레이스가 없었고 서원장마저도 백지였습니다. 갱신을 하고 나서 수건 모양이 바뀌지도 않고, 수도복에 뭔가 하나 덧입게 되는 것도, 은반지가 손가락에 끼워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미사 중에는 감격스런 평화의 인사도 없었고 사진 한 장도 찍지 않았습니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고요하고 엄숙한 미사 중에 서원 갱신을 한 것입니다. 제대 앞에 서서 공동체와 하느님과 성인들 앞에서 서원장을 낭독했고, 제대 위로 올라가서는 손수 적은 서원장에 서명을 한 후 나의 언약을 제대 위에 두고 내려왔습니다. 나의 서원을 제대 위에 포개어 놓은 채로 제대 앞에 엎드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노래했습니다, 첫서원 때보다 더 분명한 목소리와 더 결연한 의지로.
"주님, 주님께서는 저를 받으소서. 그러면 저는 살겠나이다.
주님은 저의 희망을 어긋나게 하지 마소서.“
노래한 후에야, 제대 앞에 무릎을 꿇은 후에야 내 안에 울리는 조용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또다시 서원장을 들고 제대 앞에 섰다면, 오늘은 겉이 아니라 속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 오직 한분만이 아시도록 나의 내면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묻는 것도 두려워했던 제자들(45절)이 결국 십자가를 지고 부활하신 예수님께로 나아갔듯이, 우리로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세 번에 걸친 수난과 부활 예고 말씀이 우리들에게 전해진 것도, 제자들이 알아듣지 못한다 해도 거듭 알려주신 예수님이 계셨고 제자들 역시 당장 알아듣지는 못했더라도 말씀을 기억하며 끝까지 살아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말씀을 알아들은 이의 삶을 살고 있나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매일 매순간 나를 부르시는 예수님이 계시기에, 나의 서원을 제대 위에 거듭 포개었기에, 그리스도의 죽음 위에 내 서원을 차례대로 쌓아 올리며 오늘도 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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