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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9,23-26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레지오 훈화) 본문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쌓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26절)
예수님을, 예수님의 말씀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부끄럽다’는 단어를 사전을 찾아보면, ‘일을 잘 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 ‘스스러움을 느끼어 매우 수줍다’라고 나옵니다. 떳떳하지 못한 상태, 조심스럽고 어색한 상태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예수님의 말씀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말은 예수님이나 예수님의 말씀을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평소 언제 부끄러움을 느끼시나요? 비뚤어진 세상은 우리에게 돈이 없을 때, 재능이 부족할 때, 번듯한 직장을 가지지 못했을 때, 자식이 취직하지 못했을 때, 병들었을 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이런 사람이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속삭입니다. 이 말들 앞에 ‘예수님 앞에서’라는 말을 붙여 보시면, 이런 일들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만한 일일까요?
우리는 하느님이 아닌 것, 하느님의 뜻이 아닌 선택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불의에 복종할 때, 거짓에 눈 감을 때,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깔볼 때, 비겁한 행위로 남을 낮추고 나를 올렸을 때, 돈과 권력, 명예를 위해 하느님 나라를 포기할 때, 교회를 하느님의 집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친목 단체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내 욕망의 실현 장소로, 사업을 위해 인간관계를 쌓는 장소로 여길 때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합니다. 예수님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앞에 선 나의 부족함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알 때,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부끄럽게 여기시는 것이 아니라 흔쾌히 받아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순교자 성월을 지내고 있습니다. 피로써 신앙을 지켜 후손들에게 물려주신 우리 신앙 선조들의 전구를 청하며 한 주간 살아가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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