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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팅커스 본문
폴 하딩 지음. 정영목 옮김. 21세기북스.
처음엔 뒤죽박죽 섞여있는 기억의 단편들을
한꺼번에 거꾸로 쏟아붓는 기분이었다.
단편이 파편으로 바뀌고 그것들을 대충 훑어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2개의 이야기가(과연 두개의 이야기일까 싶기도 하다만)
씨줄날줄처럼 번갈아가며 얽혀가고
아직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야기는 책 중반까지는 혼란만 가중시켰다...^^
풀과 꽃의 태피스트리를 바라볼 부인을 상상해보는 묘사 부분에서
인생, 삶의 틀이란 걸 함께 떠올려보다보니
곧 태엽과 바퀴와 톱니 등등으로 이루어져 돌아가는 시계같은 인생을
풀어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에 슬슬 빠져들었다.
먼 미래를 비롯해 곧 닥칠 현재 같은 미래는
계획이라는 의도 아래 바라볼 수 있지만.
과거는 결코 계획대로 바라볼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비록 바쁜 성주간 중에 반납 날짜에 맞추고자 폭풍독서를 하긴 했다만
오랜만에 특별한 책을 읽은 기분이 매우 짜릿했다.
"반짝거리는 것들 수백만 개 가운데 너는 어디로 사라졌느냐?
네가 고되게 일하고 물건을 팔러 다니고 땅에 쓰러져
잡초 속에서 몸부림치는 곳이 도대체 어디냐?"
...아,다른 책들도 내 머리에서 사라지기 전에 얼른 올려야할텐데...
점점 과거로 밀어내다보면 뭉클했던 감상마저 파편이 되어
산산이 사라질지도...ㅠㅠ
201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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