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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치쁘리아누스-주의 기도문 본문

雜食性 人間

치쁘리아누스-주의 기도문

하나 뿐인 마음 2021. 4. 22. 22:22

치쁘리아누스 지음. 이형우 옮김. 분도출판사.

틈틈이 주님의 기도에 관한 책을 읽기로 했고, 이번엔 치프리아누스. <치프리아노의 주님의 기도>를 대출하러 도서관에 갔고 사서 수녀님 덕에 오래된 이 교부 문헌 총서를 빌리게 되었다. 이번 책은 우리가, 그리고 내가 ‘주님의 기도’를 기도한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 오래 묵상하게 해주었다. 책과 이 책이 전해져 내려온 1800여년의 시간의 깊이, 그때도 지금도 더 진실되게 기도하고 싶어하는 이의 신실함과 지치지 않고 열리길 고대한 인간에게 조금씩 열리는 문과 그 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우리 성당에는 신심 깊은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 중 하늘이 할머니는 늘 이른 시간에 성당에 오셔서 신자들 모두를 위해 제대 구석구석을 엎드려 닦으신 후 바닥에 앉으셔서 오랫동안 기도를 하신다. 하느님과 교회 신자들 모두를 위한 봉사로 제단을 청소하시고 당신의 마음까지 반들반들 정갈하게 닦은 후에 시작되는 기도. 아무도 없는 고요하고 컴컴한 성당에서 시작되는 할머니의 기도는 시간이 흐른 후 성전에 서서히 불이 켜지고 사람들로 채워지고 미사가 시작된 후 주님의 기도에서 그 간절함이 극에 달한다. 두 손을 하늘을 향해 쳐들고 바치는 주님의 기도에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라고 읊을 즈음에 서서히 팔을 내려 꼭 감은 두 눈 앞에서 애절하게 손을 마주 잡고는 마음 속 모든 설움과 회한을 내려놓듯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에서 의자에 이마가 닿을 정도로 깊이 고개 숙여 내려놓는 기도를 하신다. 그렇게 온전히 내려놓고 텅 비운 후 다시 성체로 가득 채우는 할머니의 기도. 할머니의 ‘주님의 기도’를 보면서 왜, 어떻게 ‘주님의 기도’를 기도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매일매일. 그리고 나는 치쁘리아누스로부터 ‘주님의 기도’에 ‘우리’를 녹여 넣어야 함을 배웠다. 매일 바치는 아침, 저녁 성무일도에서, 매일 올리는 미사 성제에서, 매일 드리는 개인 기도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p.119
"평화의 주창자이시며 일치의 스승께서는 기도하는 자가 자신만을 위해 청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개별적으로 하는 기도나 개인적인 청을 바치는 기도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오늘 나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하느님께 청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p.149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소서하고 기도할 때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기도를 바치는 자는 아무도 무례하게 자만하거나 교만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또 신앙고백을 했거나 수난을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영광을 돌릴 수 없습니다."

p.155
"원수에게는 마음을 닫아 버리고 주님께만 마음을 여십시오. 기도시간에 원수가 우리 안에 숨어들지 못하도록 합시다. 원수는 가끔 몰래 숨어들어와서 우리의 기도를 하느님으로부터 떼어 놓기 위해 교묘히 속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생각하는 것과 목소리의 내용을 서로 다르게 합니다. 사실 목소리가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향을 가진 영혼과 생각이 하느님께 기도드려야 합니다."

p.157
"기도하는 사람은 결실이 없는 텅빈 기도를 하느님께 바쳐서는 안 됩니다. 결실 없는 기도는 하느님께서 들어 주시지 않습니다. "

p.161 ~ p.163
"우리는 온종일 기도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자연법칙에 따르면 낮과 밤이 교차해 오지만,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어두운 밤이라 해서 기도하는 데 방해받을 어떤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빛의 자식들에게는 밤은 낮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음에 빛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빛이 없는 때가 언제 있겠습니까? 태양이며 날이신 그리스도를 모신 사람에게 태양과 날이 없는 때가 언제 있겠습니까?"

p.163
"주님의 빛 안에 항상 있는 우리는 은총을 받은 이후 어떤 자들이 되었는지를 기억하고 그 상태를 견지합시다. 그래서 밤을 낮으로 여깁시다 우리가 빛 안에 항상 걷고 있음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피해 나온 그 어두움에 의해 또다시 방해받지 않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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