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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90년생이 온다 본문

雜食性 人間

90년생이 온다

하나 뿐인 마음 2021. 1. 15. 21:57

임홍택 지음. 웨일북.

기업 내에서 신입 사원으로 들어오는 90년대생을 맞이해야하는 기존 세대들을 위해 쓰인 책. 저자도 말했듯이, 한 세대를 특징 짓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도 않고 옳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해를 위해 출발한 책인 만큼 나 역시 내가 만나는 이들, 무엇보다 새로 입회하는 젊은 세대 지원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조금은 절박한 심정으로 읽었던 책이다. 제일 마음에 와닿은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솔직함’에 관한 내용이었다. “90년대생들에게 솔직함이란 기존 세대의 솔직함과는 그 범위가 다르다. 그들에게 솔직함이란 자신의 솔직함 뿐 아니라 남들의 솔직함도 포함한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솔직함을 말하고 가르치고 요구하던 기존 세대가 솔직하지 못했기에 따라오는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의를 부르짖고 투쟁까지 했던 이들의 불의, 고고하고 숭고한 사랑을 말했던 종교인들의 타락 등도 모자라 시대에 편승해서 얻은 것마저 자득의 결과인 양 후대에겐 너그럽지도 모범적이지도 못한 기존 세대이니 뒤이은 이들은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오랜 만에 본원에 들어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동안 목격하고 경험했던 일들과 이 책의 내용이 그리 다르지 않아서이다. 처음으로 주방에 일을 도우러 간 날, 수련자로부터 “아직 일을 시작하기 전이지만 저기 걸레 좀 개키실래요?”라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었다. 책임 수녀님이 오기도 전에 수련자가 내게 일거리를 준다는 것도, 그것이 걸레를 개키는 일이었다는 것도, 그것도 자신이 해야하는 즉 가장 막내가 주방에 와서 해야하는 일을 시켰다는 것... 놀랐다기 보다 휘청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물론 별말 없이 걸레도 행주도 모두 개키며 ‘나도 멀었네. 그래, 도와주러 왔으니 이런 것부터 하는 게 맞지. 일에 높낮이가 어딨나. 수련자가 아는 일이 이게 먼저였겠지. 그래도 매번 직접 듣는 건 쉽지 않을테니 내일부터 아예 먼저 와서 이것부터 하자...’ 중얼거렸다, 이너피스! 20년 차이가 뭔 대수랴 싶다가도 우린 2년 선배한테도 못할 말인데 싶어 혼자서 속으로 얼마나 널을 뛰었던지. 하하하. 이런 일 말고도 사실 답을 모르겠다 싶은 일이 많다. 하지만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만도 능사는 아닐테니, 일단 맘편히 말할 수 있는 신뢰를 쌓아가 보는 걸로 시작해야겠지. 책보다 내 현실이 더 다이나믹하구나.

"오늘날에 꼰대라는 단어는 특정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지칭한다."

"지금의 90년대생들은 자신들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기지 않고 특정 이상을 실현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단지 그들은 현 시대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

"문제는 이러한 두 가지 시각 모두 기성세대들이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기보다는 ‘방관’하는 자세에서 비롯됐다는 데 있다. 팔짱을 끼고 앉아 평가만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양가적인 평가는 우리가 논하는 90년대생에게도 해당된다. 하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9급 공무원을 원하는 청년에게 기성세대가 보이는 가장 흔한 반응은 ‘열정이 사라지고 도전 정신이 없어서, 그저 편한 복지부동의 일만 하려는 나약한 세대’라는 부정적인 평가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성 세대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을 개척하는 세대’라는 긍적적인 시작이다."

"젊은 세대는 그 특징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기성세대와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자라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세대를 제대로 알기 위한 기성세대의 노력이 절실하다.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함에 따라 생각도 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처럼 짧은 시간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곳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각 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이룩해놓은 업적과 논리를 젊은 세대에게 강요하고 싶어 하고,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기성세대의 강요를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기게만 된다."

"무엇보다도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보여야 하고, 젊은이들의 사고와 행동을 탓하기에 앞서 젊은 세대의 저항과 도전에 의해 기성세대의 실책이 들추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성세대는 현대 사회의 문화는 과거와 다르다는 점과 새로운 문화의 담당자는 그들 자신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문제는 더 이상 그들의 문제가 아닌, 하나의 사회적 현실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길고 복잡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피해야 할 일종의 악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간단함’이다."

"90년대생을 대표하는 마지막 특징은 ‘정직함’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직함이란 성품이 정직하다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솔직하거나 순수하다는 ‘Honest’와 다르다. 나누지 않고 완전한 상태, 온전함이라는 뜻의 ‘Integrity’에 가깝다. 그들은 이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다."

"90년대생들에게 솔직함이란 기존 세대의 솔직함과는 그 범위가 다르다. 그들에게 솔직함이란 자신의 솔직함 뿐 아니라 남들의 솔직함도 포함한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프로 불편러’란 말도 등장했다. 사회 통념상 문제될 것이 없도 아무 의미 없는 표현이나 현상을 과대해석하거나 왜곡할 목적을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을 부추기는 이들이라는 의미다."

"이제 90년대생들은 부당함과 비합리적인 상황에 과감히 이슈를 제기한다. 이러한 이슈 제기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화이트불편러라고 부른다."

"사회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바른 소리를 내는 불편러들의 증가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러한 정의로운 예민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를 강화한다거나 타인에게 자신의 선호를 강요하거나 부당하게 참견한다면 꼰대질과 다를 게 없어진다. 이는 프로 불편러가 아닌 ‘블랙 불편러’다."

"90년대생들은 안정적인 삶보다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원한다고 말한다. 공무원을 원하는 것은 단지 철밥통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법이 정한 테두리 즉 법정 근로시간에 따라 일하고 쉴 때는 쉬는 삶을 영위하고 싶다는 것이다."

"조직학의 대가 아미타이 에치오니가 지적했듯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운 때문에 의사결정을 방어적으로 회피하거나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을 끄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의도적인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책임 회피를 위해 꼭 필요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꿈을 좇으라는 기성세대의 충고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다."

"90년대생들은 권리를 지키고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복종이나 권위를 통한 강압적 통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90년대생들은 숙련공이 되기 전에도 자신의 회사나 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길 원하며, 직접 참여를 통해 주목받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직이 본인을 필요로 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회사 업무에의 참여는 이들에게 일종의 ‘인정’의 의미이고, 이는 그들의 직무와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의 하나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한정되거나 보조적인 역할을 부여받게 되고,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를 겪게 된다."

"회사에서의 참여는 90년대생들에게 성장이나 성취만큼이나 중요하다. 참여는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자 가장 얻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줘야 할 것은 권력이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권리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고, 주목을 받고, 성과를 내게 해주는 것이다. 참여도가 높을수록 90년대생 직원들은 더 빨리 기업에 적응하며, 그들의 의견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을수록 그들의 책임감도 더욱 커진다. 그에 따른 성과를 끊임없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동기부여 방안이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즉각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조급함이 생기고,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우며, 스트레스에 취약해졌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자라오는 동안 즉각적으로 만족하는 습관을 들였다. 모든 것을 기다릴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이들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직장 내에서의 인간 관계’나 ‘직무 만족도’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어떠한 처방을 내려야 할까. 기존처럼 단순히 버티라고 말해야 할까?

"80년대와 그 이전의 출생 세대들은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설정하는,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 그러나 90년대생들은 지금의 인생이 어떤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기존 세대들이 직장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가장 흔한 이유는 사람 문제와 업무량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수록 회사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이유는 흥미와 연관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하는 일에서 흥미를 느낄 수 없다면 권태를 느끼는 것이다."

"스털링 리빙스턴이 말했듯이 사람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들에게는 그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임무를 맡길 필요가 있다. 특히 많은 잠재력을 지닌 젊은 직원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업무 몰입이나 흥미 증진에 있어서 제도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90년대생들에게 ‘일을 통해서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을 통해 성장을 할 수 없다면 지금의 일은 의미가 없고 죽은 시간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지금의 이 업무가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 된다면 일은 단순한 돈벌이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다.”

"현대적 장인은 더 이상 전통 기술을 고수하고 그대로 전수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보다는 높은 숙련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배우며 자기의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창조적으로 일한다(장원섭, <다시 장인이다>). "

"그들은 앞의 어떤 세대보다도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지 그러한 보상의 개념이 단순한 연봉 액수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법정 휴가 사용과 법정 근로시간 준수 및 근무 유연성 등 비금전적인 보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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