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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천 개의 아침 본문

雜食性 人間

천 개의 아침

하나 뿐인 마음 2021. 1. 13. 16:38

메리 올리버. 민승남 옮김. 마음산책.

일하고 돌아와, 기도 가기 전, 잠들기 전 ... 흩어진 조각을 모으는 심정으로 침대에 걸터 앉아 한 두 편씩 읽었다. 길을 잃었는데 하늘이 눈부셔 살고 싶었다. 파였던 심장이 서서히 아물고 부푼 정강이가 가라 앉는다. 조금씩 바닷물에 발을 담가도 좋겠다.


나는 충분히 살았을까?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올바른 행동에 대해 충분히 고심한 후에 결론에 이르렀을까?
나는 충분히 감사하며 행복을 누렸을까?
나는 우아하게 고독을 견뎠을까?
<정원사> 중에서

그래, 맞아. 당신은 삶에 대해 당신의 똑똑한 말들로
그 의미를 숙고하고 곱씹으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우린 그저 삶을 살아가지.
-메리 올리버, <잘 가렴, 여우야> 중-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그런데 왜 그걸 알아내려고 그 많은 시간을 쓰는 건지.
당신은 야단법석을 떨고, 우린 살지.
-메리 올리버, <잘 가렴, 여우야> 중-

진짜 나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들어봐,
그 여름이 끝나갈 무렵
뭉툭한 가지들에서 새잎이 돋아났어.
철이 아니었지, 그래,
하지만 나무들은 멈출 수 없었지. 그들은
전신주처럼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 그리고 잎이 난 다음엔
꽃이 폈어. 어떤 것들에겐
철이 아닌 때가 없지.
나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고 있어.
- <허리케인> 중 -

그러니 오늘 , 그리고 모든 서늘한 날들에
우리 쾌활하게 살아가야지,

비록 해가 동쪽으로 돌고,
연못들이 검고 차갑게 변하고,
한 해의 즐거움들이 운명을 다한다 하여도.
- <어둠이 짙어저가는 날들에 쓴 시> 중 -

어쩌면 당신도 이해할 거야
하늘이 아닌
무언가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그것에 대해 말하거나 노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흉내지빠귀The Mockingbird> 중에서

밤새 내 마음 불확실의 거친 땅 아무리 돌아다녀도, 밤이 아침을 만나 무릎 꿇으면, 빛은 깊어지고 바람은 누그러져 기다림의 자세가 되고, 나 또한 홍관조의 노래 기다리지(기다림 끝에 실망한 적이 있었나?).
<천 개의 아침>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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