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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겸손의 사다리 본문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겸손의 사다리

하나 뿐인 마음 2020. 6. 12. 09:31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고 순서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올랐다 해도 지나쳐온 단계를 다시 언제고 다시 올라야 하는 사다리.

내려올 때마저 우리는 하늘을 향해야 하고

사다리말고 다른 길은 찾지 말 것이니.

 

나의 열심으로는 오를 수 없음을 명심할 때 비로소 조금 오를 수 있는 사다리.

다 오른 후 우리가 도달할 곳은 수덕의 높은 경지가 아니라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이리라.

 

주어진 하루로는 모자라 며칠 동안 겸손에 대한 장을 묵상했다. 해도해도 모자랄 묵상이겠지만, 다음으로 나아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이쯤에서 마쳐야 하기에 성당에 앉아 규칙서를 덮은 후 눈을 감고 좀 쉬자 싶었다. 생각을 좀 가라앉힐 요량이었는데, 조금 후에 가만히 떠오르는 이야기 하나. 

 

토끼를 쫓느라 한 시간 여를 헤맨 사냥개 무리가
사냥에 실패하고 다들 지쳐 쉬고 있는데
유독 한 마리만 계속 뛰어간다면...
그 사냥개는 토끼를 보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토끼를 보았기에 멈출 수 없었던 그 한 마리처럼
나도 내 수도삶을, 더디지만 나아가는 삶을,

괴롭지만 나의 비참함을 들여다보는 삶을,

아프지만 공동체의 환멸 또한 마주해야 하는 삶을
멈출 수 없다. 

 

나는 인간의 나약함, 비겁함, 비참함을 본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그리스도의 연민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는, 멈추지 않는 것으로 내게 주어진 삶을 갚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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