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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RB 제21장 수도원의 십인장에 대하여 본문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RB 제21장 수도원의 십인장에 대하여

하나 뿐인 마음 2020. 6. 15. 13:54

십인장의 자질을 적어보며, 나 역시 책임을 지며 살아갈 일이 있으므로 자질마다 묵상을 조금 보태어 본다.

 

평판이 좋고(1절)

하느님의 계명과 자기 아빠스의 명령에 따라, 자기에게 맡겨진 열 사람을 모든 점에서 돌보아야 하는 십인장은 신뢰가 기본이어야 한다. 아빠스는 물론이고 맡겨진 이들에게도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세상은 수도자들을 기본적으로 신뢰하기에 더 기대하고 더 섬세하고 높은 잣대를 가지고 바라본다. 그러기에 우리는 세상의 잣대에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보기를 바라는 이들의 기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희망하는 이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느님 안에서 한껏 더 분투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신뢰가 과분하니 잣대도 감사하게 받아들이자. 

 

생활이 거룩한(1절)

자칫하면 인간적 차원의 신뢰에로 기울어질 수 있으므로 자신의 영성 생활을 늘 들여다 보아야 한다. 윤리 도덕적으로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내 안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삶이라면 우리들에겐 아무것도 아님을 기억하자. 생활을 거룩하게 함은 수도자들에게 있어 성령께서 우리를 보증하시도록 내어놓고 사는 삶이다. 우리는 좋은 인품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부족한 우리 인성 안에 하느님의 은총이 활동하심을 늘 기억해야 한다. 능력 위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더라도 우리의 기준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 뿐이시다.

 

아빠스가 안심하고 자기 짐을 나누어 맡길 사람(3절)

아빠스의 일을 나누어 맡은 사람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아빠스의 뜻을 내뜻과 바꾸지 않도록 늘 자신의 내적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순서에 따라서가 아니라 생활의 공로와 지혜의 학식에 따라(4절)

생활의 공로와 지혜의 학식은 나이 혹은 입회 순서에 따라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수도생활에 정진한 사람만이 이 순서에 다다른다. 수도생활의 연륜은 시간으로만 쌓이지 않으며, 내 삶에서 드러나지 않는 경륜의 깊이를 타인더러 인정하라고 요구할 수는 더더욱 없다. 

 

겸손(5절)

겸손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고 교만하여 책망받을 정도에 이르면 책벌로, 파면으로 이어진다고 강하게 언급한다. 자질에 대해서 말할 때 갖추어야 할 것들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지만 베네딕도 성인은 갖추지 말아야 할 것들도 거의 대부분 경우에 언급한다. 성인은 자신의 생애 동안 과유불급으로 인한 아픔을 수도 없이 겪었기에 이처럼 현명한 배려가 담긴 규칙서를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교만에 대한 분량이 이 장의  1/3을 차지한다는 것도 놀랍고, 십인장에게는 교만이 책벌의 이유가 된다는 것은 놀랍고 숙연하기까지 하다. 십인장의 자질을 완성하는 것은 '겸손'이다. 겸손은 하느님의 빛으로만 가능한 일이므로, 언제 어디서나 매순간 투명한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서 있을 때 우리는 겸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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