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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RB 제22장 수도승들은 어떻게 잠자야 하는가 본문
수도자의 침방은 그 시대의 요구에 맞게 독방을 사용하던 때와 공동 침실을 사용하던 때가 있었다. 베네딕도 성인이 수도생활을 하던 시대는 공동침실을 사용하던 시대였다. 하나의 공동 침실에 모여 각각의 침대에서 잔다. 공동 침실은 아무도 온전히 자신을 가리거나 숨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이것만큼은 나만의 것'마저도 봉헌하게 만든다. 침구 역시 세상의 안락에 머물지 않도록 수도생활의 방식에 맞게 아빠스가 분배하는 대로 받았다.
수도승의 하루는 잠자는 시간마저도 하느님을 향해 있어, 등불은 아침까지 밝혀두어서 어둠에서 깨어나 실수하지 않도록 하며, 하느님의 일(시간 전례)을 위해 쉽게 일어날 준비를 한 채로(옷을 입은 채로) 잠들었다가, 신호가 나면 지체 없이 일어나서 하느님의 일에 서로 빨리 오도록 노력할 것이나, 온갖 신중함과 단정함으로(6절) 하라고 권고한다. 그렇게도 침묵을 강조한 성인이지만 형제들이 하느님의 일을 위해 일어날 때, 잠 많은 이들이 핑계대지 못하도록 서로 적당하게 깨워주라(8절)는 말도 잊지 않는다.
제의방 수련자 시절 늦어도 4시반에는 일어나 성당으로 가야했기에 끝기도가 끝나면 얼른 방으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한 채 일찍 잠들려고 노력했던 일, 혹여나 늦을까 걱정되어서 매일밤 속치마까지 입고 잠들었던 일이 생각나 잠시 흐뭇하기도 했다. 지금의 내 방은, 기도실이 되기도 하고 도서실이 되기도 하고 휴게 공간이 되기도 하고 작업실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도자의 침방은, 나의 독방은 아무도 안보는 곳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하느님과 나 단 둘이 머무는 유일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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