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렌의 노래
- 박태범 라자로 신부
-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그녀, 가로지르다
-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 사랑이 깊어가는 저녁에
-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 테씨's Journey Home
- 성서 백주간
- El Peregrino Gregorio
- KEEP CALM AND CARRY ON
- HappyAllyson.Com 해피앨리슨 닷컴
- words can hurt you
- 삶과 신앙 이야기.
- Another Angle
- The Lectionary Comic
- 文과 字의 집
- 피앗방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홍's 도서 리뷰 : 도서관을 통째로. : 네이버 블로…
- 행간을 노닐다
- 글쓰는 도넛
- 명작의 재구성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 자유인의 서재
- 창비주간논평
- forest of book
- 읽Go 듣Go 달린다
- 소설리스트를 위한 댓글
-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 리드미
- 여우비가 내리는 숲
- 인물과사상 공식블로그
- 개츠비의 독서일기 2.0
-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 서재)
- 세상에서 가장 먼 길,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2.…
- YES
- Down to earth angel
- BeGray: Radical, Practical, an…
- newspeppermint
- 켈리의 Listening & Pronunciation …
- Frank's Blog
- 클라라
- Charles Seo | 찰스의 영어연구소 아카이브
- 영어 너 도대체 모니?
- 햇살가득
- 수능영어공부
- 라쿤잉글리시 RaccoonEnglish
- Daily ESL
-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 교회 음악 알아가기
- 고대그리스어(헬라어)학습
깊이에의 강요
'RB 제7장 겸손에 대하여'를 시작하며 본문

'겸손'(humilitas)이라는 단어가 '흙'(humus)에서 왔다는 말은 입회 후 수도 없이 들었고, 매년 재의 수요일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는 말씀을 듣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겸손이라는 단어 앞에서 흙을 묵상할 때마다, 겸손의 첫째 단계에조차 아직 들어서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발 밑에서 늘 밟히는 흙. 밟히는 일에 관대하고, 늘 가장 아래 자리를 자처하는 수도자는 언제쯤 될 수 있을까. 흙은 나와 아주 가까이 있지만, 흙의 영성은 나와 너무도 멀구나.
생명을 존재, 성장하게 하는 흙은 어떤가. 내게 온 누군가를 존재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수도자. 자신을 모조리 내어놓지 않고서는 될 수 없는 일인지라, 반쯤 겨우 내어놓고는 남은 게 하나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것이 내 모습이다.
품어서 거름으로 바꾸어내는 흙은 또 어떤가. 내 안에서 썩어, 거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온전히 받아 안을 것. 씨앗이 썩는 정도의 과정만이 아니라 오물과 오취까지 받아들일 것. 아...
나는 누군가에게 흙이 된 시간보다 흙처럼 나를 받아 안아준 이들 덕에 성장한 시간이 더 길다. 덕분에 싹을 틔우고, 무사히 자라서 지금까지 왔다. 부끄럽지만 나를 세워주고, 보듬어 성장하게 하고, 나의 오물과 오취까지 말없이 받아 안아 주며 내게 흙어 되어준 이들을 위해 먼저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시작과 끝엔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심을 안다.
겨우 묵상을 다시 시작해보려고 했는데 다시 시작부터 막혔다. 베네딕도 성인께서 성서가 소리쳐 말한다며 꺼낸 말씀이 또 나를 부끄럽게 했다.
형제들아, 성서는 우리에게 소리쳐 말하기를,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라고 하신다. 이 말씀으로써 성서는 자기를 높이는 모든 짓이 교만의 일종임을 우리에게 일러준다. (RB 7,1-2)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지금 이 피정을 하게 된 이유가 '주님의 위로'라 생각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분께서 지친 나를 쉬게 하시기 위해 2년 전이 아니라 지금 부르신 것이라고. 그런데 그 이유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교만으로 내려가고 있는 나를 겸손으로 끌어올리시기 위해서라는 걸, 이 장의 첫 문장을 읽자마자 알았다. 교만으로 한없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그게 교만인 줄 몰랐다. 그동안 나는, 나 자신을 높이고 높여서 하느님 앞에서 한없이 낮아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이란 (0) | 2020.06.12 |
---|---|
RB 제7장 겸손에 대하여 (0) | 2020.06.11 |
RB 제42장 "수도승들은 언제나 침묵을 지키기에 힘써야 하겠지만, 특히 밤 시간에 그러하다."(RB 42,1) (0) | 2020.06.08 |
RB 제6장 침묵이 덕행이 되기 위하여 (0) | 2020.06.08 |
시편 23 (0) | 2020.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