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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RB 제6장 침묵이 덕행이 되기 위하여 본문
이 장의 제목은 '침묵에 대하여'인데 여기에 쓰인 단어 침묵은 silentium(입을 다물고 있는 행위 자체. 고요함. 말을 하지 않음. 더 절대적)이 아니라 taciturnitas(듣기 위해 귀기울여 말을 하지 않는 행위. 덕행으로써의 침묵)이다. 즉, 이 장은 덕행으로써의 침묵에 대해 다루는 장으로, 성인은 시편 38,2-3의 인용으로 시작하여 "침묵의 덕을 닦기 위해 때로는 좋은 담화도 하지 말아야 했다면 하물며 죄의 벌을 피하기 위해서 나쁜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라고 이어간다. 성규 내용 중에 내가 '과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내게 부담스러우니 과하다고 생각할 뿐, 덕행으로써 침묵을 수행할 때엔 좋은 말조차 침묵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성규는 침묵의 덕을 배우고 수행하는 것이 말을 하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덕을 닦고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라고 분명히 말한다. 나는 이 장을 묵상하며 내게 있어 침묵이 덕이 될 때를 묵상했고 여기에 남겨보려고 한다. 나는 토마스 머튼의 '침묵의 중요성'이라는 글을 아주 좋아하는데, 그가 이 규칙서를 오래도록 묵상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내 삶은 경청이다. 하느님의 현존은 말씀하심이다. 나의 구원은 듣고 응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침묵은 나의 구원이다.”라고 말한 토마스 머튼이 아닌가.
내 말을 삼키고 기꺼이 타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침묵을 택할 때,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욕구에서
나의 재치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에서
나의 지식을 내비치고 싶은 욕구에서
상대가 내 말을 '듣게' 하려는 욕구에서
가르치고 싶은 욕구에서
요구하고 싶은 욕구에서
정당화하고 싶은 욕구에서
말로만 실천하고 싶은 욕구에서
환심을 사고 싶은 욕구에서
인간적 위로를 얻고 싶은 욕구에서
'나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 위험에서
불편함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에서
타인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고려하지 않는 위험에서
기도할 시간이 줄어드는 위험에서
인내보다 지적하려는 위험에서
인정보다 항의하고 싶은 욕구에서
이끌기보다 나무라고 싶은 위험에서
반성보다 변명하고 싶은 욕구에서
희생보다 하소연하고 싶은 욕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베네딕도가 본 장에서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말하기 훈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침묵을 깨고 말을 할 때는 때에 맞게, 온유하게, 긍정적인 태도로 그리고 경건하고 책임감 있게 하라는 것이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절대 침묵이 아니라(침묵은 때에 따라 소극적 공격의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사람을 고립시키고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절제되고 세련되고 사려 깊은 태도로 말하는 것이다." -에스더 드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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