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아픔이 길이 되려면 본문

雜食性 人間

아픔이 길이 되려면

하나 뿐인 마음 2019. 4. 4. 10:57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기대한 만큼 좋았던 책. 글쓴이 김승섭 교수는 학위를 따고 유학을 가고 교수가 된 후 이런 생각들을 하고 실천한 게 아니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만 해도 모자란다는 그 시간에 고민을 했고, 쉬고 싶은 시간을 쪼개어 행동했고, 가만히 있으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굳이 포기해 가면서 이런 길을 걸었다. 이런 사고는 단박에 얻어지지 않는다. 내가 자주 되뇌어보는 말, '순간의 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형성한다.


보좌 신부님이 없는 성당도 처음인데 주임신부님까지 기꺼이 믿고 전권을 주시다시피 한 성당도 처음이다. 주일학교 일정 전체, 청년부 프로그램까지 전부 내 몫으로 떨어졌고 이런 일들이 역시나 쉽지는 않다. 새로운 탐방 형식의 캠프까지 준비하다보니 숙소부터 프로그램까지 머리 아프고 김빠지는 일도 많아, 머리가 복잡하다 싶으면 수녀원 성당에 앉아 한참 앉아 있다가 올라오곤 한다. 늘 이런 역할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며 사는데 계속 나에게 이런 일이 주어진다, 20년 째. 함께 잠시 살았던 동기 수녀도 인정한다, 일복.


늘 조금 넘치게 일이 주어지고, 능력치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일이 요구된다 싶어 일 앞두고 자꾸만 움츠러드는데, 그래도 내게 주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또 걸어간다. 함께 하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그러고보면 많은 것들이 쌓여서 지금까지 왔다. 주일학교 다니며 보고 들은 것들, 대학생 교리교사를 하면서 배운 것들, 직장 다니며 성경모임 봉사하면서 얻은 것들, 천사들의 집 봉사하며 마음 비운 기억들, 어릴 적부터 성당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과 경험, 기도들. 힘들 때도 많아 그만두자 수도 없이 다짐하기도 했지만 결국 머리를 자르고 베일을 쓴 채 검은옷 입고 여기까지 왔다. 


고단함은 지금의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하고, 훗날 좋은 거름으로도 쓰이리라. 


"실업과 재취업 정책에 돈을 투자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해고로 고통받다 자살하는 노동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경제위기 때 복지 예산을 축소하는 사회에서는 치료가 어렵지 않은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병리적인 변화는 항상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함께 상호 작용하며 나타나고 진행됩니다. 공동체와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은 존재할 수 없기에,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건강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지요. 건강은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정치•경제적인 기회를 보장받기 위한 조건입니다. 건강해야 공부할 수 있고 투표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과학적 합리성 : 과학은 올바른 정답이나 뛰어난 발견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사유양식이고,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과학적 합리성이 필요하다."

"법정에서 노동자들은 보통 이길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의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리처드 클랩 교수) "

"가장 위험한 작업을 가장 약한 이들에게 넘기는 외주화가 지속되고 확대된다면, 규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국내 하청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나 인도나 중국의 누군가가 제2의 황유미, 제2의 이숙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들의 상처와 고통을 우리는 인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존재하지 않는, 해고된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 될 수 있고,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은 삶을 뿌리째 흔드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저성과자 해고’ 행정지침은 고용불안을 전 사회적으로 만성화시키고, 아파도 참고 일해야 하는, 그러다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노동자의 수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고통을 초래한 사회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자신이 겪는 고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때 트라우마는 더욱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지요."

"타인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보상-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억해야 합니다. 5.18 광주민주화 항쟁 사망자의 유가족이, 77일 옥쇄파업에 참여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세월호 유가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아프고 괴로워한다고 해서, 그러한 진단과 의학적 치료만으로 그들의 상처 입은 몸이 겪는 고통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빨갱이’ 낙인으로 인해 오랜 기간 죽음에 대해 말할 수조차 없었던 그 사회적 낙인이, 회계조작에 따른 폭력적인 정리해고가, 풀리지 않는 의문들로 가득 찬 가족의 죽음과 은폐된 진실이 그들의 고통을 이루는 핵심이니까요."

"얼마 전 일본의 재난 연구자 한 분을 만났다. 일본의 경우, 쓰나미 등 대형 재난을 겪은 지역에는 정부가 여러 지원을 수행하지만, 누구도 그 내용을 입에 올리지 않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원 내역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재난 당사자가 애도하고 치유에 집중하도록 사회가 침묵해야 한다. 그게 한 사회의 감수성이고 실력이다."

"생존 학생들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느꼈다. 어쩌면 누구도 풀어줄 수 없는 감정이다. 다만 함께 품고 갈 수는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정확히 그 반대로 작동했다. 그들에게 ‘선량한 피해자’의 롤모델을 요구했다. 보이지 않는 우리가 피해자들을 가뒀다."

"갈등을 대하는 자세가 한 사회의 실력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갈등을 더 부추겼다. 유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을 나누고, 피해자와 국민을 떼어냈다. 우리 사회 역시 그 골을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안 된다."

"인간의 가치는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상대를 진실하게 사랑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


"아무리 우아한 이론을 가져와도 혐오는 혐오이고, 어떤 낙인을 갖다 붙여도 사랑은 사랑이에요. 그래서 여러분이 혐오로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저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분명 그럴 거라고 저는 믿어요.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

"모욕과 차별은 사람을 아프게 합니다."

"인간이 물리적으로 통증을 경험하면, 즉 누군가가 나를 때려 아픔을 느끼면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에 혈류가 모입니다. 우리 뇌가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따돌림도 같은 뇌 부위에서 인식합니다. "

"<나누어진 교실A class divided> 실험. 한 번 피해자의 경험을 가진 파란 눈의 아이들은 ‘우월한’ 집단이 되어서도 ‘열등한’ 갈색 눈의 아이들에게 훨씬 더 너그러웠습니다. 제인 엘리엇Jane Elliott은 그 경험 속에서 이 실험이 중요한 교육이 될 수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차별받는 소수자가 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에 대해 더욱 조심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는 차별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주는 교훈에 주목하고 이 실험을 노동자, 교사 등 다양한 집단에서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행합니다. "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확신, 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해줄 것이라는 확신은 기꺼이 힘겨운 삶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입니다. "


'雜食性 人間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몰입  (0) 2019.05.03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0) 2019.04.10
경애의 마음  (0) 2019.03.15
미루기의 천재들  (0) 2019.03.06
소설처럼  (0) 2019.02.2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