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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본문
엄지혜 지음. 유유.
어젠 청년들 모임 답사로 우리 수녀회 성소 담당 수녀들끼리 부산을 다녀왔다. 각자의 소임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하나의 목표를 위해 쉬고 싶은 월요일을 반납하고 모여 바닷길을, 산책길을 걸었다. 수련소나 분원에서 함께 살아 본 사람도 있지만, 얼굴과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동생 수녀님들도 있었다. 잘 아는 사람과도 또 잘 모르는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오랜 만에 수련소 소풍을 가듯 모처럼 재잘재잘 웃으며 길을 걸었다. 그러면서 걷는 내내 자매애란 것에 대해, 특히나 서로 힘드냐 물어주고 상대가 하는 말에 귀기울이는 우리에 대해 생각했다. 먼저 앉아라, 물 마실래, 다리 어떠냐, 뭐 먹고 싶냐, 사진 찍어 줄까... 별 것 아닌 것처럼 놓치며 살았던 대화도 떠올려 봤다. 우린 그날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진지하게, 조금 더 가까이, 말하고 듣고 웃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집에 돌아와 성당에 앉아서도 그날 서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주고 받는 말들을 오랫동안 많이 생각했다.
난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타인에게 건네는 나의 말 모두가 고스란히 나를, 나의 인격을 드러낸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책, 참 읽고 싶었다. 작가의 말 대부분에 공감했고, 특히 '착함이 매력 없음으로 표현되는 시대가 나는 무척 떨떠름하다. 배려가 자신감 없음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매우 불쾌하다. 선긋기 기술이 아니라 선 넘기 기술의 탄생이 보고 싶다'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모든 것을 그때그때 다 솔직하게 말해버리는 사람들이 난 늘 어려웠다. 많은 경우, 어려움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어 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상대를 배려하거나 존중하는 마음보다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당장의 자신의 기분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내가 '못참고 말해버렸다'라고 표현하는 때조차, 내겐 무언가를 감수하고 하는 용기를 내는 때이다. 기다림도, 인내도 용기인 것을. 솔직함으로 예의의 선을 쉽게 넘어서는 태도를 나는 참 어려워 하나보다. 아이들과 뛰어놀다가도 진지해지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즐겁고 친하게 지내는 건 좋지만 예의 없이 대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야'의 순간이다.
딱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매일매일 자기가 읽은 책 목록을 SNS에 올리는 사람을 볼 때마다 기겁한다. 독서의 백미는 되새김질인데, 다독은 좋지만 여기에 속독까지 더해진다면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 없을 텐데."라는 문장인데, 나야말로 이 문장을 읽으며 순간 '기겁'했다. 매일매일 자기가 읽은 책 목록을 더해가며, 그렇게라도 자신을 붙들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하는 생각에서였다. 나야 뭐 매일매일 목록을 올릴 만큼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누가 뭘 잘해요?라고 물으면 '할 줄 아는 건 가만히 앉아 책 읽는 것 정도입니다'라고 대답하곤 하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막막하고 자신이 없거나,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거나, 너무 쓸쓸하고 외로울 때 내가 가장 잘 도망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책이다. 독서가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의미일 수도 있다. 살아갈 밑천이 하나도 없다 싶을 때,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천천히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 책!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른다. 태도로 읽을 뿐이다. 존중받고 싶어서 나는 태도를 바꾸고, 존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읽는다. 문제는 존중이니까."
"사회학자 엄기호는 “말하는 걸 듣는 건 수비만 하는 것”이라며 “고통은 침묵으로 표현될 때가 많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착하면 만만해 보였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아요. -장강명-"
"세상은 자꾸 “참지 마, 이야기해, 솔직해져”라고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말하지 않고 참으면 내가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이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이 편한 쪽.”"
"매일매일 ‘진심보다 태도’를 장착하고 사람을 마주하려 애쓴다. “내 마음 알지? 알잖아?” 속으로 외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 주기. 아무 말 하지 않고 어정쩡한 눈빛으로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길 바라는 사람만큼 미련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 줘야 한다. 행동은 곧 태도일 것이고."
"서로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변하기 마련인 마음을 붙잡고 서로를 토닥거리며 끌어당길 때, 우리의 첫마음은 흩어지지 않는다. "
"행복해 본 사람은 안다. 행복이 아닌 것을 행복이 아니라고 부를 수 있는 것 또한 용기임을. 그래서 뚜벅뚜벅 걸어 나올 수 있음을. 불행에 익숙해지는 걸 노력으로 믿지 않아야 함을. 행복은 창의롭고 용감한 이들의 몫이란 걸. -작가 이서희-"
"<쿨하게 사과하라>에서 저자는 “사과의 타이밍이란 결국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사과는 무조건 빨리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상대가 마음을 받아 줄 타이밍을 생각해야 한다. ‘옛다 받아라’ 같은 성급한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존중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말 싫은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도 아름다운 존중이다. -영화감독 이경미-"
"착함이 매력 없음으로 표현되는 시대가 나는 무척 떨떠름하다. 배려가 자신감 없음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매우 불쾌하다. 선긋기 기술이 아니라 선 넘기 기술의 탄생이 보고 싶다."
"착한 ‘척’이라니. 솔직함이 최고의 매력으로 여겨지는 세상 아닌가? 하지만 솔직함이 매력으로 보일 수 있는 건 예의를 바탕으로 표현될 때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솔직함은 무례가 아닌가? “나는 좀 못됐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종종 생각했다. ‘알긴 하시는군요?’
착함이 매력 없음으로 표현되는 시대가 나는 무척 떨떠름하다. 배려가 자신감 없음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매우 불쾌하다. 선긋기 기술이 아니라 선 넘기 기술의 탄생이 보고 싶다."
"힘께 일하는 입장에서 공유는 일종의 배려다. 아무런 예고 없이 일만 휙 던져 주는 사람은 오래 신뢰하기 어렵다. 피드백 또한 마찬가지다. 상대가 알고 있으려니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
"사람의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무시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무시해야 할 그 말을 보석처럼 가슴에 품고 삽니다. -목사 조정민-"
"과도한 정보와 구체적인 정보는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상대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
"유리한 쪽보다 유익한 쪽에 설 때 내 인생도 더 단단하게 다져진다. -변호사 이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