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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28,16-20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16절) 본문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16절)
사실 천사가 전한 말에는 ‘산’이 없다. 성서에 나오는 ‘산’의 상징(하느님 현존)을 감안한다면 제자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더 깊이 체험하게 위해 산으로 올라갔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2명의 ‘여인’의 말에 11명의 제자들이 움직였다. 시대를 감안한다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여인들이 전한 말이 얼마나 힘이 있는 말이었을까? 이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 당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어쩌면 무시했던) 여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 말을 따라 행했기 때문이다. 비중이 없고 무시당하던 소수에게 귀를 기울일 때, 부활의 소식이 ‘세상’으로 전해진다. 우리 주위의 ‘비중이 없는 소수’는 누구일까를 늘 둘러보고 찾아봐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예수는 도처에 계시지만 아무 노력도 없이 늘 예수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태오가 전하는 제자들과 예수님의 마지막 모습은 ‘엎드려 경배’하는 모습이다. 예수님과 첫 사람들(동방 박사들)과의 만남 역시 ‘엎드려 경배’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2,11) ‘엎드려 경배’하는 행위야 말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을 때 우리가 해야하는 마땅한 행위가 아닐까. 수도자들이 하느님 앞에 서원할 때 가장 깨끗하게 준비한 옷을 입고서 그 서늘한 바닥에 주저 없이 엎드리는 이유 또한, 삶의 매순간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당신을 경배하며 살겠다는 언약의 표현 아니겠는가.
이 순간에도 의심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의심하는 사람들은 부활하신 예수님, 엎드려 경배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존한다. 그리고 예수님은 여인들에게 마주 오셨던 것처럼(28,9) 이들에게도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신다. 수난 전날 겟세마니에서 벌어졌던 예수님과의 거리(26,39)가 부활 후에 다시 가까워졌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은 예수님은 하느님이 예수님을 보내시듯 그렇게 제자들을, 우리들을 모든 민족에게도 보내신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형제로 만드셨던 것처럼, 이제 제자들도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예수님의 형제로 만들 것이다.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세례를 줌으로써 삼위일체의 친교 안으로 초대할 것이다. 모든 권한을 받은 분이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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