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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28,1-8 가장 먼저 찾았던 여인들이 가장 먼저 예수님을 만난다 본문
주간 첫날이 밝아 올 무렵, 두 여인이 다시 예수님 앞으로 간다. 밤늦도록 곁을 떠날 줄 몰랐던 여인들이 누구보다 앞서 다시 예수님을 찾았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 떠날 줄 모르고 답답할 정도로 맴도는 마음, 예수님을 끝까지 바라보려고 하는 마음을 품은 두 여인이 예수님을 찾았다. 둘씩 짝지어 파견된 제자들처럼, 엠마오로 떠나던 두 명의 제자들처럼, 두 여인이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의 소식을 알리려 떠났다. 예수님을 기억하는 것, 예수님을 찾는 일은 혼자서는 힘들다. 이것은 ‘함께’할 때 이루어진다. 혼자서 예수님을 기억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은 성경에서 하느님 발현의 현상인데 여인들이 무덤을 보러 갔을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지진이 일어났다. 여인들은 땅이 흔들려서 다시 예수님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여인들은 기다리고 기다려서 안식일이 지나 새벽이 밝아오자마자 예수님을 다시 찾아나선 것이고, 찾았기에 땅이 흔들린 것이다.
인간은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마태 21,33f)의 결말을 ‘주인이 와서 멸망시키는 것’으로 완성하였지만, 이제는 진짜 주인이 와서 ‘아들을 살리고 구원’을 시작한다. 무덤이 열리고 무덤 안으로 빛(주님의 천사)이 들어간다. 이제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빛이 없던 곳을 빛이 채웠다. 변모하셨던 예수님 같은 모습의 천사들을 보고 경비하던 자들은 두려워 떨다가 까무러쳤다. 이전까지 힘을 쓰던 이들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성경에서 이 말씀을 접하면 모두가 예수님을 맞이하게 된다. 성모님은 예수님을 잉태하셨고, 풍랑에 시달리던 제자들도 예수님을 배에 모셔들였고, 여인들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 무덤은 예수님의 자리가 될 수 없었기에 그곳에서는 그분을 만날 수 없었다. 천사들도 그곳을 ‘누워 계셨던 곳’이라 말한다.
예수님을 다시 찾으려 했던 여인들이 예수님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가장 먼저 발길을 옮겼던 이들이 예수님을 먼저 만났던 것처럼. 청하는 이가 받고, 찾는 이가 얻고, 두드리는 이에게 열리기 때문이다(마태 7,7). 부활의 메시지 또한 아무에게나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찾는 사람에게 전해지고, 아무 곳에서나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흔적이 있는 곳에서 발견된다. 우리가 예수님에 대한 소식을 진짜로 접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주님을 찾을 때이고, 주님의 흔적이 있는 곳에서이다. 성소를 받고 미션을 받는 것은 다름 아닌 주님의 흔적이 있는 곳, 우리가 주님을 찾는 때이다. 그리고 주님의 명은 천사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었던 여인들처럼, 여인들로부터 전해들었던 제자들처럼 다른 ‘누군가’를 통해 주어진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를 앞서시어 원래 있던 자리로 이끄신다. 거기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먼저 가서 기다리신다. 동방박사들도 아기 예수님을 만나 경배한 후 자기 고장으로 돌아갔다. 실패했던 곳, 그러나 예수님을 만나고 체험했던 그곳, 내가 부르심을 받았던 곳, 여전한 그곳으로 나를 이끄신다. 나만 바꼈을까? 아니다. 이제는 부활하신 그분이 나를 기다리신다.
모든 것이 끝났다 여겨지는 그때 예수님과 여전히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수님이 보이지도 않는 무덤 앞에 그토록 오래 머물며 자리를 지켰던 여인들처럼 우리도 머물자. 뉴스를 보라. 세상에 사건이 일어나면 누구는 싸웠고 누구는 도망갔고 누구는 속였고 누구는 팔아넘겼고 누구는 잠들었고 누구는 고발했고 누구는 때렸고 누구는 죽였고 누구는 숨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는 머물자. 보이지 않았지만 닫힌 무덤 바위 너머의 예수님을 응시했던 여인들처럼, 닫힌 감실 문 너머의 예수님 앞에 머물며 응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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