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깊이에의 강요

아만자 본문

雜食性 人間

아만자

하나 뿐인 마음 2014. 11. 19. 04:11

 

김보통. 예담.

 

연재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만화를 보게 됐고, 5-6회 정도까지 본 후엔 보는 걸 중지했고, 일부러 책이 나오면 보기 위해 만화를 아껴뒀었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였던가. 어쩌면 너무 슬플까봐 겁이 나서인지도 모르겠다. 암환자라니...

 

왜 계속 슬퍼?

너 때문에 슬퍼.

나?

응.

내가 왜?

네가 안 슬퍼 보여서 슬퍼.

나도 슬퍼야 해?

그건 잘 모르겠지만 나만 슬픈 것 같아서 슬퍼.

나도 슬퍼하면 좀 나을까?

모르겠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암 선고를 받고, 준비는 커녕 속수무책으로 나날이 죽음에 다가서야 하는 운명. 살아있으면서도 더 이상 삶이라 부를 수 없는 인생.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인생. 김보통 작가가 얼마 전 암으로 떠나보낸 아버지를 생각하면 만화를 그렸던 것처럼 나는 내가 떠나보낸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때? 좀 나아졌어?

아니, 더 슬퍼졌어.

?

너네 둘이 슬퍼 보여서….

?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서 더 슬퍼지는 거 아닐까?

… 너 때문에 더 슬퍼진 거 같아.

너희 둘 다 이기적이야. 너무해. 나는 이렇게 슬픈데…. 

안 슬퍼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니?

그냥 모두가 슬펐으면 좋겠어.

? 같이 슬퍼하면 안 슬퍼져?

글쎄. 아마 나도 슬프겠지. 하지만 적어도 외롭진 않을 것 같아.

하지만 그래서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잖아. 슬픈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닐까?

너는 내 마음을 몰라. 슬프지 않으니까.

해결이 될 수 있는 거라면, 그건 슬픈 게 아니야.

슬프다는 건 뭘 어쩌겠다는 생각도 할 수 없이 그저 슬픈 거야. 그저 슬퍼할 수밖엔 없어.

 

농담처럼 후회로 점철된 삶을 산다고 말하지만, 특히나 죽음으로 사람을 잃어본 사람만이 가지는 '후회'란 게 있다. 자식 보낸 부모의 마음이 따로 존재하듯 엄마, 아빠와 일찍 헤어진 심정 말이다. 눈부시게 푸르렀다가 찬연하게 꽃피우다가 어느 날 툭 낙엽이 발이 걸리는 계절이 수시로 반복되는 것처럼 내게도 엄마와 아버지와의 기억이 푸르렀다가 꽃피우다가 ... 어느 날 너무도 쓸쓸하게 내 발이 툭 걸리는 때가 반복된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리고 생각으로조차도 하기 어려운 질문...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만자를 읽으며 오로지 혼자만 겪었어야할 그 지독했을 외로움이, 견디기 힘든 슬픔이 생각났다.

 

그랬겠구나.

엄마, 아버지, 그랬었구나.


아만자. 1

저자
김보통 지음
출판사
예담 | 2014-10-30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스물여섯 살 말기 암환자의 일상을 정갈하고 담담하게, 때로는 유...
가격비교

'雜食性 人間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자 없는 남자들  (0) 2014.12.31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0) 2014.11.21
눈먼 자들의 국가  (0) 2014.11.15
투명인간  (0) 2014.10.17
그의 기쁨과 슬픔  (0) 2014.10.1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