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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십자가의 길 (20)
깊이에의 강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당신을 따르는 십자가 길에서마저 끝까지 저희를 따라오는 욕망들이 있습니다. (마음 속으로 잠시 고백) 이제 저희의 욕망들을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겠습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십자가 아래에서 열리는 구원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차라리 지금 당신과 함께 죽는 것이 행복이라 여겨질 그날까지 제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당신과 함께 걸어가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예수님, 당신께서는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으로써 온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이렇게 당신의 죽음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저희를 대신하여 돌아가셨기에 저희가 걷는 이 길은 이제 죽음이 아니라 생명으로 완성됩니다.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당신의 모습에서 세상의 가장 고귀한 사랑을 발견합니다. 주님, 저희가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 자아의 죽음을 택할 때마다 세상에 당신 십자가의 사랑을 드러내는 수도자가 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소서. 저희가 순교의 초대에 응할 때마다 세상에는 또 다른 생명이 탄생할 것입니다. 당신이 다스리시는 나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입니다.
이제 모든 고통은 끝이 났습니다. 당신을 향한 채찍질과 발길질, 침뱉음이 멈췄고 더 이상 욕설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제 당신은 어머니의 품에서 그리도 원하셨던 평화와 안식을 누리십니다. 십자가에 달려 높이 들리셨던 당신께서 땅으로 내려오시니 한없이 하늘로 솟구쳤던 제 허영과 욕심, 교만도 당신을 따라 땅으로 내려와 어머니 품에 안겼습니다. 예수님, 아직도 사랑하기를 주저하는 저희를 성모님처럼 온 세상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수도자가 되게 하소서.
모든 수난과 고통의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마지막까지 흐느끼던 울음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습니다. 저희를 구원하시고자 흙에서 난 인간의 마지막 장소까지 당신은 내려가셨습니다. 그 겸손의 길을 저희도 따라 걸어가고자 합니다. 당신과 함께 밑바닥까지 내려가려 합니다. 낮아짐으로써 아파 신음하는 이들의 상처를 감싸주고자 합니다. 주님, 부족한 저희와 함께 이 길을 걸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마치면서... 예수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죄인임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당신을 따라 십자가 길을 걸어갈 수 있나 봅니다. 아무리 당신과 함께라 해도 십자가의 길을 선뜻 따라나설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내 뜻과 소유를 못 박고 나면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우리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