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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루카의 우물/루카 5장 (14)
깊이에의 강요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루카 5,14) 내 삶이 증거가 되게 하려면, 내 삶을 예물이 되게 해야 하는 것. 봉헌의 삶. 종신토록.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루카 5,12-13) 낫고 싶다는 열망과 그걸 그분이 하실 수 있다는 믿음이 그분께 가 닿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묵상이 조금 더 나아갔을 땐, 몸의 통증은 점차 사라지는 대신 몸이 처참하게 뭉그러지고 사람들이 점점 자신을 멀리하는 것을 느껴야 하는 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한 사람을 사람들로부터, 사회로부터,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서서히 무너지게 하는 것... 그건 무엇이었을까. 복음을 묵상할 때마다 나병환자처럼 예수님 앞에 있었음을 반성한다. 나 자신을 더 아끼는 마음에 나병환자들을 돌보기보다는 오히려 외면한 적이 더 많으면서도 정작 치유받았다는 소..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루카 5,7) 예수님께서 오르신 시몬의 배에만 고기가 가득 찬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태우지 못한 배에도 물고기가 가득 찼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주일 저녁미사가 끝나면(이곳은 주일미사가 지난번 성당의 반밖에 안되므로 아직은 적응 피로라 생각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왁자지껄 사람들이 성당을 떠나가고 난 후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나면 사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다시 누군가가 와서(그 사람이 예수님이라도!) 다시 배를 저어 나가라 한다면 나는 어쩌면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조용히 하던 일을 마무리 할지도 모른다. 부탁이었..
새것이 가진 파괴력에 대해 생각한다.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새것은 늘 파괴력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행사하기 마련.덧대어진 작은 천 조각이 본래의 옷을 찢고새 포도주가 그간 잘 쓰이던 가죽부대를 찢는다. 내가 새것일 때는 내가 지닌 파괴력을 인정하고 무르익어야 한다.내가 헌것일 때는 파괴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하고무턱대고 반길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의 '때'를 기다려야 한다. 어우러지기 어려운 원인이 늘상 '새것'에 있지 만은 않다.팽팽하고 풋풋함이 새것의 잘못이 아니고 시간은 되돌릴 수도, 건너뛸 수도 없는 법.오래된 것이 늘 옳지 만도 않다. 새것을 받아들이기엔 이미 지체된 지 오래이고 낡고 약해졌음을 인정해야 하는 법. 헌것이 상대를 미숙하다 나무라지 않을 때,새것이 상대를 너절하다 흉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