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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5,33-39 새것이 가진 파괴력 본문
새것이 가진 파괴력에 대해 생각한다.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새것은 늘 파괴력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행사하기 마련.
덧대어진 작은 천 조각이 본래의 옷을 찢고
새 포도주가 그간 잘 쓰이던 가죽부대를 찢는다.
내가 새것일 때는 내가 지닌 파괴력을 인정하고 무르익어야 한다.
내가 헌것일 때는 파괴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하고
무턱대고 반길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의 '때'를 기다려야 한다.
어우러지기 어려운 원인이 늘상 '새것'에 있지 만은 않다.
팽팽하고 풋풋함이 새것의 잘못이 아니고 시간은 되돌릴 수도, 건너뛸 수도 없는 법.
오래된 것이 늘 옳지 만도 않다.
새것을 받아들이기엔 이미 지체된 지 오래이고 낡고 약해졌음을 인정해야 하는 법.
헌것이 상대를 미숙하다 나무라지 않을 때,
새것이 상대를 너절하다 흉보지 않을 때,
함께 살 수 있겠지.
하지만 난 새것이 가진 파괴력에 대해 생각한다.
내겐 늘 해오던 오랜 일인데도 새 공동체에선 '새것'처럼 보이고 위험하게 느껴진다.
더 쉽게 할 수 있는 길이기에 알려줘도 그저 '바꾸려고 드는' 행동이 되기도 한다.
새것일 때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건 무르익어가는 새것일 때만 가능하리라는 마음으로 산다.
새 공동체로 옮길 때마다 난 새것의 입장이지만,
신자들을 대하는 마음은 언젠가부터 헌것의 마음은 아니었던가 반성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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