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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5,1-11 #dailyreading 예수님께서 오르신 시몬의 배에만 고기가 가득 찬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태우지 못한 배에도 물고기가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5장

루카 5,1-11 #dailyreading 예수님께서 오르신 시몬의 배에만 고기가 가득 찬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태우지 못한 배에도 물고기가

하나 뿐인 마음 2018. 9. 6. 10:49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루카 5,7)

예수님께서 오르신 시몬의 배에만 고기가 가득 찬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태우지 못한 배에도 물고기가 가득 찼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주일 저녁미사가 끝나면(이곳은 주일미사가 지난번 성당의 반밖에 안되므로 아직은 적응 피로라 생각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왁자지껄 사람들이 성당을 떠나가고 난 후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나면 사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때 다시 누군가가 와서(그 사람이 예수님이라도!) 다시 배를 저어 나가라 한다면 나는 어쩌면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조용히 하던 일을 마무리 할지도 모른다. 부탁이었으니 들어주기는 하되 웃음기 없는 얼굴로 멀찌감치 혼자 앉아 어서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우두커니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예수님은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신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4절)

했을까, 하지 않았을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했더라도 그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고, 하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불평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 자체가 어려우니까. 하지만 베드로는 '스승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렸고,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시몬의 배만이 아니라 두 배 모두 고기가 가득 찼고,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베드로의 순명에 대한 묵상은 좀 남겨두자.

예수님이 선택한 건 시몬의 배였던가. 어영부영 떠나지도 못한 채 어쩌면 불만을 가득 마음에 품은 채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누군가, 의도치 않게 예수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고 생각지도 못한 기적을 목격하고 고기를 잡아 올리는 일에 동참한 다른 누군가의 배도 시몬의 배처럼 고기가 가득 찼다. 예수님이 선택한 건 시몬의 배 뿐이었던가...

은총 언저리에 있던 순간에도 나를 채우시는 예수. 결국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11절) 그래, 충분히 그럴 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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