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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요한 10,27-30 우리를 놓치지 않으시는 분(다해 부활 제4주일 레지오 훈화) 본문

요한의 우물/요한 10장

요한 10,27-30 우리를 놓치지 않으시는 분(다해 부활 제4주일 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13. 4. 21. 00:13

이 복음을 읽을 때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이야기입니다.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서문시장을 가고 있었는데 사람이 많아 함께 앉을 수 없어서 엄마는 앞쪽, 저는 뒤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뒤에 앉아 있던 저는 도착지가 가까워지자 미리 문 앞에 서 있다가 어른들 힘에 떠밀려 그만 한 정거장 전에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신기하게도 엄마는 곧장 버스를 세우시고 저를 다시 태우셨지요. 저는 엄마가 나보다 앞에 앉아 있으니 나를 볼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앞에 앉아 계셨어도 내내 뒤돌아보며 저를 염려하셨던 겁니다. 저는 엄마가 나를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엄마가 지켜보신다는 믿음은 늘 저를 든든하게 했습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에 관한 한은 볼 수 없는 게 없나 봅니다. 인간도 이럴진대 무릇 하느님은 어떠시겠습니까.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토록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또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나에게 주신 내 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도 위대하시어, 아무도 그들을 내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아 갈 수 없다."

엄마도 저를 놓치지 않으셨지만 예수님은 우리 엄마도, 저도, 우리도 절대 놓치지도 빼앗기지도 않으십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못 보고 계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그야말로 어릴 적 버스 뒤쪽에 앉아 있던 아이의 생각일 뿐, 졸지도 잠들지도 않으시고 언제나 도와주실 준비 상태이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거꾸로 한 번 묵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나는 예수님을 언제나 바라보는 삶을 살고 있는지, 예수님이 필요할 때에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인간은 종종 예수님을 놓칩니다. 미움 앞에서 용서하고 싶지 않아서, 돈 앞에서 조금 더 차지하고 싶어서, 내 건강 앞에서 남의 수고엔 눈 감고 싶어서, 피곤함 앞에서 우선의 안락함을 누리고 싶어서, 재미 앞에서 욕망을 놓고 싶지 않아 … 예수님을 놓칩니다. 그러니 이번 한 주간만이라도 예수님을 놓치지 않는 시간을 보내시길 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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