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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14,22-33 본문
마태오 복음 14,22-33
스스로 갇히기가 벌써 며칠째인가!
자모회 피정 준비.
작업지를 마치고 난 스스로 방에 갇혔다.
며칠째 웬만해선 밖으로 나오지 않고 버텼다.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빈 우물 속에 내려가 앉아있곤 하던 주인공들처럼
서늘한 내 방안에서
버티고 또 버텼다.
나 자신과의 겨룸인지 하느님과의 겨룸인지
내가 대적하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링 위에 올라선 꼴이다.
피정 중... 난 다시 잠시동안 배에 탄 채로
맞바람이 불어오는 풍랑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이 말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려본 후에 알았다. 겨우 눈치챘다.
난 예수님께 가까이 가려고 하는게 아니구나.
그저 이 배를 타고 싶지 않아서
이 배를, 혹은 함께 탄 이 모든 사람들을, 혹은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싶.구.나.
이 배를 적어도 당분간은 타고 싶지 않아, 벗어나고 싶어
물 위를 걷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빠져나가고 싶은 거였구나.
빠져나가기 위해 예수님의 힘을 빌리고픈...
하지만 예수님과 함께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어떻게서라도 빠져나가고 싶어,
혼자있고 싶어 버둥거리며 다가간 내 손을 잡고
예수님은 다시 배에 오르셨다.
넌, 너를 위해 살지 말거라.
내가 보내는 곳에 가고,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을 하거라.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기도가 모자라는 곳을 너의 기도로 채워라.
너를 찾기보다 네 안의 나를 찾아라.
내가 보낸 곳에서 나의 일을 하거라...
바람이 그칠 때 예수님이 내 삶에 오시는 게 아니라,
예수님이 내 삶에 오실 때
바람이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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