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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14,22-36 본문
예수께 다가가면서도 예수를 보지 않았다.
내 앞의 예수보다, 물 위를 걷는 나 자신이 보고 싶었다.
물 위를 걷도록 나를 부르신 이가 예수였지만
예수를 향해 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예수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물결을 스치며 물 위를 걷고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 눈이 아래를 향했을 때
내 눈에 비친 내 모습은
당당하게 물 위를 걷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예수 앞에 서서 가림 없이 모든 게 드러난 진짜 나의 모습이었다.
가려지지 않은 내 안의 나.
예수 앞에 서서 모든 것이 드러난 나.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직면했을 때
나는 두렵고 떨려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에 빠져 버려서라도
그 모습을 흔들어 지워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예수 앞에 섰을 때
나만이 알고 있다 생각한 내 모습조차 모두 드러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잊고 싶었던 나 자신이
나를 바다에 빠트린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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