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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 본문
남기림 그림책. 곰곰.
어린 시절, 어른들은 내게 키가 클 무렵에는 높은 데서 떨어지는 꿈을 꾼다고들 했다. 높은 데서 떨어지더라도 그건 키가 크는 것이니 무서운 꿈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높은 데서 떨어지는 꿈을 꾼 적이 없다. (그래서 내 키가...) 꾸었는데도 기억에 없다고 하기엔 다른 꿈이 너무 생생하다.
키가 클 무렵의 나는 어디론가 땅 속 깊이 빠져들어가는 꿈을 종종 꾸었다. 지구의 핵까지 연결되었나 싶을 정도로 긴, 통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듯(그때는 통미끄럼틀이란 걸 몰랐지만 나중에 보니 내 꿈은 통미끄럼틀이었다.)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어떤 날은 거대한 스프링 같기도 했다. 스프링 안에서 아래로 떨어지는데 스프링이 자꾸만 늘어나서 나도 자꾸만 아래로 떨어졌다. 때론 색색의 스프링이기도 했다. 밤에만 꾸는 것도 아니었다. 낮에 잠시 까무룩 잠이 들 때도 아래로 떨어졌고, 어떤 날은 거대한 스프링을 상상만 해도 떨어지는 꿈으로 곧장 '떨어졌다'. 그때의 나는 나의 '너무 무거운 아이'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을까...
책을 펼치며 한참 아래로 내려가는 꿈을 꾸던 아이가 생각났다. 내 안에 가득 찬 무언가를 만나러 가는, 혼자서 나를 찾으러 가는 꿈.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였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다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었을 것이다, 꿈이라서가 아니라 거대한 스프링이나 통미끄럼틀은 허상이고 내려가는 나 자신만이 본질이요 실상이기에. 몸과 감정이 내 뜻과 상관없이 자라고 뻗어가던 시절, 나는 그렇게 또 다른 나를 만나서,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수시로 꿈을 꾸고 땀에 젖은 채 깨어나곤 했던 시절의 나는 가벼운 아이였을까, 무거운 아이였을까. 책 속의 둘은 의도 했건 아니었건 서로 손을 놓았다.
가벼운 아이는 떠가는 것들을 붙잡고 싶었다.
무거운 아이는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싶었다.
나는 언제쯤 나와 손을 다시 맞잡을 수 있었을까.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젠가 나도 그랬겠지. 무거운 아이였던 나를 한껏 안기 위해 팔을 벌렸을 테고, 가벼운 아이였던 내게 다가가기 위해 내달렸을 테지.
가벼운 아이는 무거운 아이를 발견하고 팔을 활짝 벌렸다.
무거운 아이는 가벼운 아이를 발견하고 힘껏 뛰었다.
몇 번을 읽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또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