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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2,1-12 동방박사임을 드러내는 것(나해 주님 공현 대축일 레지오 훈화) 본문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신 날이고,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 예수를 찾고 경배 드린 것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아울러 이방 민족을 대표하는 동방박사들의 방문으로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의 빛으로 계시됐음을 나타냅니다. 제대 앞 구유가 동방 박사들로 가득 채워져서 이천년 전의 마굿간 모습으로 완성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 장면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마태 2,10-11)
공현 대축일이 되면 제의방 수녀가 잊지 말고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따로 잘 챙겨둔 동방박사를 구유에 배치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누가 목동인지, 누가 동방박사인지 물으시는 분들에게 대답을 해줘야 합니다. 누가 목동이고 누가 동방 박사일까요? 우리는 동방 박사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동방 박사를 알아보게 하는 것은 그들이 손에 쥔 보물 상자입니다. 규칙서나 까마귀가 있으면 베네딕도 성인, 열쇠를 들고 있으면 베드로 사도인 것처럼 손에 보물 상자 즉, 황금이나 유향 혹은 몰약을 들고 있으면 동방 박사입니다. 즉 별을 연구하는 박사지만, 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아니라 그들 손에 들려 있는 보물 상자가 동방 박사임을 알아보도록 합니다. 동방 박사임을 드러내는 것이 그들이 가진 지식이나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아니라, 그 긴 여행을 위해 정성껏 준비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소중히 품고 놓지 않았던, 여행 동안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드리고 싶었던 선물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참 중요한 것을 알려줍니다. 처음부터 준비한, 고된 여행 내내 소중히 간직했던, 마지막까지 잊지 않았고 절대 잃어버릴 수 없었던 보물 상자, 나 자신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예수님께 드릴 선물.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올해 12월 다시 성탄절 구유 앞에 섰을 때 내가 그분께 바칠 선물, 마지막 순간에 내 손에 들려 있는 선물은 무엇일까요. 처음부터 준비한, 내 생애 내내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긴 여행 동안 나를 위해 사용할 준비물이 아니라 오롯하게 그분께 드릴, 종내 그분께 바칠 나의 선물, 그분께 드릴 예물이 무엇인지 내 마음 안을, 내 인생을, 내 손 안을 잘 들여다보시며 대축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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