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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문

雜食性 人間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 뿐인 마음 2023. 6. 18. 11:33

룰루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

기대를 품은 탓인지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맘이 가지 않는 책을 붙들고 계속 읽어야 하냐는 의문과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인정하는 ‘그것’에 내가 어울리지 못한다는 실망으로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다. 그래, 나는 나의 성실과 올곧음이 가면이었음을, 적어도 나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걸 스스로에게도 들키기 싫었다.

이런 생각을 할 즈음에 ‘기만’에 대한 챕터가 시작되었고 읽는 데에 속도가 붙었다. 자신의 열심, 옳음에 갇히는 것에 대해, 나를 일으키는 자족감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 나비의 변모가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었음이 기억났다. “나 때문이지!”하던 메리의 목소리, "그렇지. 물론이지. 메리 때문이야.”하던 애나의 웃음 같은 기억.


p.45
"아가시는 가장 가치 있는 교훈은 피부 아래 감춰져 있다고 믿었다. 페니키스 섬에서 강의하는 어느 시점엔가 그는 학생들에게 외피의 위험성에 관해 경고했다. 그 피조물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비늘이든, 깃털이든, 깃이든 간에 말이다. 외피란 주의를 분산시키는 위험한 것, 분류학자들을 속여 사실은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 생물들(예를 들어 고슴도치와 호저는 겉보기에는 아주 비슷하지만, 내부를 보면 완전히 다르다) 사이에서 유사성을 보게 하는 술책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p.45 ~ p.46
"“인간의 육체적 본성이.. 어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 인간이 얼마나 낮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고 도덕적으로 얼마나 졸렬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가시가 충격적이라고 느낄 만큼 인간과 유사한 어류의 골격 구조(작은 머리, 척추골, 갈비뼈를 닮은 돌출 가시)는 '인간'에 대한 경고였다. 어류는 인간이 자신의 저열한 충동들에 저항하지 못하면 어디까지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는지를 상기시키는 비늘 덮인 존재였다. “인간은 [어류와] 그를 구별해주는 도덕적•지적 재능을 활용할 수도 있고 남용할 수도 있다. (•••) 인간은 자기가 속한 유형 중 가장 낮은 위치까지 가라앉을 수도 있고, 영적인 높이로 올라갈 수도 있다." (루이 아가시)"

p.46
"아가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피조물들조차 조심하지 않으면 그 위치에서 떨어질 수 있으며, 나쁜 습관들이 어떻게든 한 종을 육체적으로도 지적으로도 쇠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p.101
"그는 이름 붙일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새로운 종들을 발견해나갔다. 스탠퍼드대학에 있는 그의 사원과도 같은 사암 연구실에 이상한 물고기 사체들이 점점 더 높이 쌓여갔다. 그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 혀에 닿는 달콤함, 질서정연함과 행위 주체성의 감각을 다시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는, 그 거대한 세계는 조용히, 참을성 있게 앉아서 그가 틀렸음을 증명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p.130
"우리는 관념과 단어의 분열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자신이 쓴 단어들이 다른 사람 앞에서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철퍼덕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생각들을 머릿속에 품고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를. 그리고 자기를 이해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소수의 사람들이 지닌 위험한 힘에 대해서도."

p.148
"리처드 로빈스 Richard Robins와 제니퍼 E. 비어ennifer E. Beer는 4년에 걸쳐 대학생들 을 관찰하면서, 긍정적 착각을 더 많이 하는 학생들이 단기적으로는 (자신이 과제에서 실제로 낼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행복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평온 지수는 급감한다는 걸 밝혀냈다. 로빈스와 비어는 그들이 스스로 실망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즉 "단기적으로 혜택을 얻는 대신 장기적으로 비용을 치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기만은 나중에라도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장밋빛 렌즈의 힘에는 한계가 수반된다. 그리고 그 힘이 떨어지면 자신이 무력하다는 사실을 정말로 따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p.148
"자기기만의 두꺼운 거품벽 안에 있으면 고통이 서서히 축적될 수 있다. 윌버타 도노반Wilberta Donovan은 아기 엄마들이 자신에게 통제력이 있다는 착각이 심할수록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우울한 엄마들보다 막막함을 더 심하게 느낀다는 것을 알아냈다."

p.201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이성도 무시하고 도덕도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지닌 오류를 직시하라고 호소하는 수천 명의 아우성-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이요-도 무시해버린 남자."

p.202
"데이비드의 정서적 해부도를 쫙 펼쳐놓고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원흉은 그 스스로 상당히 자랑스러워했던 두툼한 "낙천성의 방패“가 아닌가 싶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다 옳은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쓴 루서 스피어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갖는 확신과 자기기만과 단호함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자기 길을 막는 모든 걸 뭉개버릴 수 있다고 믿는 그의 능력은 자신의 길이 진보로 이어질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하게 되면서 몇 배는 더 커졌다.”"

p.223
""어떻게 계속 살아가시는 거예요?
메리가 불쑥 말했다. “나 때문이지!" 애나가 웃기 시작했다. "그렇지. 물론이지. 메리 때문이야.“ 그것은 농담이었고, 우리 모두를 실수로부터 구해주는 메리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수록, 그 말이 진 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다. "

p.248
"헤더는 하고많은 사람 중에 코페르니쿠스를 예로 들었다. 그 시대 사람들이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움직이고 있는 게 별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에 관해 생각하고, 별들이 매일 밤 그들 머리 위에서 빙빙 돌고 있는 천구의 천장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서서히 놓아버릴 수 있도록 수고스럽게 복잡한 사고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별들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게 되니까“라고 헤더는 말했다.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p.251
"”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우리가 그 복 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p.251
"에모리대학의 유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은 이것이 인간이 항상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상상 속 사다리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와 다른 동물들 사이의 유사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것 말이다. 드 발은 과학자들이 나머지 동물들과 인간 사이에 거리를 두기 위해 기술적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가장 큰 죄를 범하는 집단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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