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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당신을 생각합니다 본문
노트커 볼프. 김혜진 옮김. 분도출판사.
새롭고 특별한 뭔가를 배우길 원하고 그것이 더 좋은 것이라 내심 생각했던 나의 '교만'도 더불어 돌아보게 된 책이다.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어서 처음엔 심드렁하게 읽었는데, 이 가볍고 밋밋(하다고 생각)한 책으로도 나에겐 충분하고 넉넉했다. 특히 노트커 아빠스(이 호칭이 내겐 더 익숙하다.)가 조용조용하게 풀어놓은 일상이, 수도원에서 일어났거나 수도자로서 겪은 일들이 내겐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베네딕도회 수도자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베네딕도회 수도자의 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나로 존재한다는 말은 내 삶을, 내 일상을 묵묵히 충실히 살아낸다는 말과 같지 않을까. 내게 있어 일상은 내 수도삶 안에 골고루 잘 배열된 매일매일의 일과임은 말할 것도 없고.
p.20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외로움에 ‘고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이 외로움에서 벗어나도록 그를 자극해야 한다."
p.22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게 가는 첫걸음이 항상 중요하다. 자신을 돌보는 데 안달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그런 사람은 늘 고립되고 외롭다."
p.62
"우리의 일상생활, 즉 전례, 정해진 일정과 기도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는 형제들이 외로움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외로움은 수도원의 방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p.62
"외로움은 배척당하고 잊히는 특정한 형태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일이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건 아니고, 다른 사람을 적극적으로 소외시키거나 잊는 일은 거의 없지만 당사자들은 큰 상처를 입는다. 갑자기 자신이 무력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외로움을 극복할 수 없는 사람은 금방 절망에 빠질 수 있다."
p.69
"절망, 비난, 외로움과 씨름하는 일은 불쾌함에 맞닥드리고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우리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자. 그래야 우리 자신도 외롭지 안을 힘을 갖게 된다."
p.71
"“온 삶과 경험을 온통 활동하는 데만 쏟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마련해 놓지 않는 당신을 내가 칭찬해야 합니까? 나는 칭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하는 일이 적어야 지혜롭게 될 수’(집회 38,24)있습니다.” (교황 에우제니오 3세)"
p.78
"주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모른다 하더라도 죄책감과 당혹감은 사람을 고립시킨다. 공개적인 비난도 마찬가지로 그를 외로움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자신의 죄를 아는 사람이 자신뿐이더라도, 또는 전혀 혼자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외로움에 빠질 수 있다."
p.79
"고백을 심리적 대화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대화가 단순하게 고해성사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불순한 것이며 위험하게 끝날 수 있다. 고해성사는 자신이 하느님과 화해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고해성사만으로 구체적인 화해의 행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도가 행동을 대체하지 않는 것처럼, 고해성사가 행동을 대체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해성사는 외로움의 사슬을, 마음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침묵을 뜯어 버릴 수 있다."
p.85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른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조언해야 한다.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p.85
"정확하게 조언하는 사람이 좋은 조언을 한다. 좋은 조언을 ‘끈질기게 권유’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자기주장을 밀어붙이는 것은 상대방을 더욱 외롭게 할 수 있다. 자신이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게 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p.114
"자신의 외로움에 갇히는 것도 우리의 죄다. 우리가 평생을 나무 꼭대기에서 보내면서, 누군가 우리를 봐 주기만 바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죄가 있다. 때때로 우리는 나무에서 아래로 소리쳐야 하고, 때로는 뛰어내려, 환영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p.131
"슬픔은 영적으로 하찮게 여겨지거나 반대로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친구들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며, 상실의 잔인함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덧붙이자면,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무력함을 받아들이고,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p.154
"예수님은 주님을 '기쁘게 하기 위한‘ 공식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기도할 때 편협함과 두려움의 장벽을 무너뜨리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p.154 ~ p.155
"“앵무새처럼 기도해서는 안 됩니다. 신비 속으로, 하느님이 당신의 아버지라는 인식 속으로 들어가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기도하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
p.154
"'나'의 반대는 '너'가 아니다. '우리'다. 그러니 기도 속에서 '나'는 사라지고 다른 '나'를 향하고 다른 많은 이와 함께 '우리'를 향한다. 기도하는 사람은 ‘나’가 아니라 '우리'라고 말한다."
p.155 ~ p.156
"규칙은 우리에게 견고한 방을 만들어 준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가득 차 있더라도 그 방에서는 생각들을 끊어 버릴 수 있다. 규칙은 우리에게 기도할 시간을 비워 주고,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게 한다. 규칙을 넘어서는 기도도 있다. 기도는 개인적인 교류이며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출발 시간이 정해진 시간표 같은 건 없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떠나 버리거나 우리가 역에 일찍 도착했다고 기다려야 하는 기차 시간표 같은 것이 아니다. 모든 시간이 기도 시간이고, 기도할 시간은 늘 있다."
p.182
"진정한 기쁨은 정상에서가 아니라 그 후에 온다. 내려올 때, 멈출 때, 깨달을 때, 무엇을 열망한 이후에, 영혼과 몸이 전율할 때다. 그렇다면 내려가는 것이 왜 가치가 덜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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