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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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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食性 人間

오늘 학교 어땠어?

하나 뿐인 마음 2022. 8. 15. 19:53

초등샘Z. 책나물.

책을 시작하자마자 처음 트위터로 선생님의 짤막한 글들을 읽다가 손끝이 간질간질, 입가까지 몽글몽글했던 행복한 기분이 되살아났다. 더불어 소환되던 내 첫 소임지에서의 첫영성체 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기도하던 시절, 대학생 시절 교리교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당 마당을 뛰어다니던 시절, 그리고 다시 지금의 나.

몇 장을 넘기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소진되다 어느 순간 교사로서 무릎이 꺾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에 대비하기 위한 시도가 '삶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이었고, 그 길 중 하나가 아이들과의 이야기들을 적는 것이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묵상을 하고 난 후의 마음 상태나 기도를 적고, 자잘한 일상들을 (어디에든) 기록하려고 하는 내 노력도 바로 그런 이유이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몸과 마음이 너무나 고단해서 너덜너덜한 상태로 며칠을 보내던 어느 날 누군가가 내게 '본당 수녀님에게는 본당이 속세'라는 말을 했었다. 떠난 자리에서 떠난 몸과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이 제대로 살아내지 못해 헉헉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 던진 말이겠고, 속세일 뿐이니 너무 마음 들끓지 말라는 위로와 당부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세상에 내려와 하늘 나라를 확장하려 하셨던 분을 따라 사는 것이 내 삶이기에 그분처럼, 나는 어떻게든 내가 머무는 곳마다에서 '이유'를 찾아야 했다. 본당 만이 아니라 나라에서도, 세상과 시대에서도...

책을 읽고 나서 쓰는 리뷰에 '배웠다'는 표현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이번 책에서도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많이 배웠다. 마음을 다잡는 자세, 사람을 대하는 자세, 기다리는 자세, 다시 일어나는 자세,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구별하고 지켜내는 자세, 무엇보다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터전을 스스로 지옥으로 만들지 않는 자세. 벌써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나처럼 눈물도 찔끔 흘려가면서도 입술은 방긋 웃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속으로 엉킨 것 풀어내고 다시 제대로 매듭을 지어볼 용기를 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용기를 내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좀 더 나은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밑줄 그었던 문장들을 따로 아래에 적어두었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은 문장으로 리뷰를 마무리해야겠다. "배려와 존중은 경험을 통해 삶 속에서 녹아드는 것이다. 현실 속 내 삶이 녹록지 않다 하더라도 ‘옳은 것’에 대한 기준이 바로 서야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다. 어린이를 아끼고 존중하는, 어린이의 성장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는 어른이 되어주자.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게."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게!

 

여러분, 오늘 하루 어땠나요?


p.6 ~ p.7
"교사로 살다 보면, 아, 이렇게 소진되다 어느 순간 교사로서 무릎이 꺾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이 옵니다. 그런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도를 해보고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보려 몸부림치지만, 결국 제가 찾아낸 해법은 아이들 안에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보며 나의 삶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갈 이유를 찾아내고 싶었어요. 그렇게 차곡차곡 아이들과의 이야기들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p.48
"교실에서 제일 눈여겨보고 일부러 불러 대화를 해야 할 아이는 ‘인싸(?)’도 아니고 말썽꾸러기도 아닌, 항상 조용하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아이다."

p.113
"무엇이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꼬꼬마가 최근 각종 놀이에서 슬그머니 반칙하는 것을 눈여겨보다 오늘 날 잡고 깊은 대화. 모든 이야기가 다 끝난 뒤 눈물 줄줄 흘리는 꼬꼬마를 안아주며 “선생님이 00이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작게 안도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러웠다."

p.165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말 하고 있네······.’라는 말에서 모욕감을 느끼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그렇게 삐딱한 태도로 삶의 가치를 폄하하며 사는 이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적어도 살아가면서 가슴 한켠에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머리로라도 아는 사람과,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의 삶은 분명 다를 거라 믿는다."

p.167
"이해의 시작은 관찰이다. 표정. 눈빛. 갈등을 대하는 태도. 가족 이야기.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 이 모든 것을 바탕으로 아이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같은 문제 상황이라도 아이를 대하는 것이 각각 다른 까닭이기도 하다. 하나의 존재로 온전히 존중받는 경험이 쌓여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수 있길."

p.187
"모든 직종에는 열심히 하는 자와 월급도둑인 자. 직업윤리에 충실한 자와 쓰레기 같은 자가혼재되어 있다. 내가 보고 듣고 판단한 모습이 그 직업의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타인의 직업을 함부로 폄하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 존중받는다. 스스로 먼저 괜찮은 이가 되자."

p.228
"00아, 화내고 짜증 내고 이건 싫어! 안 해! 라고 계속 말하면 너는 앞으로 그런 말처럼 살게 될 수도 있어. 말에는 힘이 있어. 네가 입에서 내뱉는 가시 돋친 말은 너에게 돌아와. 이건 진짜야. 숨쉬듯 화내고 짜증 내는 사람과 누가 친하게 지내고 싶을까?"

p.234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소리 지르며 윽박지르는 건 완전 다른 것이다. 아이에게 단호하게 가르쳐야 할 때는 감정을 섞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눈빛으로 ‘너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건 안 된다’는 것을,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차분하게 전달해야 한다. 야단치고 화내고 소리 지르는 건 단호한 게 아니다. 그건 그냥 내 감정을 폭력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p.256
"주사위 던질 때 친구가 1 나오라고 마법 썼다고 엉엉 울며 분노한 우리 반 마법소년만 있는 줄 알았더니, 옆 반에는 팽이놀이하며 내 팽이 쓰러지지 말라고 기도하는 친구에게 “기도하는 건 반칙이지!”하고 분노 폭발 대성통곡한 기도소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 여덟 살 꼬꼬마들 내년 되면 괜찮으려나."

p.293
"아이에게 실패하는 법을 가르치자. 어린 시절의 실패가 뭐 그리 죽고 사는 대단한 문제겠는가. 내 아이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고 뭐든 성공적으로 해내길 바라는 부모의 욕심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독인지 안다면, 그렇게 앞장서서 아이 앞의 장애물들을 치우지 않을 텐데."

p.294
"어린이는 이겨내면서 큰다.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깨우치고 배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인내심, 그것이야말로 부모가 꼭 갖춰야 할 요소다."

p.297 ~ p.298
"꼬꼬마들에게 다정한 만큼이나 엄격할 때는 매우 단호하려 노력하는 편인데, 이런 일관성 있는 태도가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본능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엄격과 단호는 감정을 배제한 건조한 태도로 힘 있게 보여줘야 아이들 마음이 상하지 않으며 진짜 신뢰는 이때 생긴다."

p.313
"배려와 존중은 경험을 통해 삶 속에서 녹아드는 것이다. 현실 속 내 삶이 녹록지 않다 하더라도 ‘옳은 것’에 대한 기준이 바로 서야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다. 어린이를 아끼고 존중하는, 어린이의 성장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는 어른이 되어주자.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게."

p.325
"인간으로서의 나는 여러 허물과 단점으로 완벽하지 못할 수 있다. 훌륭한 인격자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어린이 앞에서는 좋은 부모, 좋은 선생님, 무엇보다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이려 노력해야 한다. 그런 척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노력이 쌓여서 더 나은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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