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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완경선언 본문

雜食性 人間

완경선언

하나 뿐인 마음 2022. 7. 31. 21:32

제니퍼 건터 지음. 김희정·안진희·정승연·염지선 옮김. 윤정원 감수. 생각의힘.

터널의 끝은 벽이 아니라 환한 빛임을 일깨워준 책이었다. 내가 이쪽 방면으로는 그리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몰랐나 싶었다. 초라하고 빈약한 정보와 가부장제 속에서 억눌리고 뒤틀린 낙인에 갇혀 살았다는 것조차 몰랐다. 삶의 어느 시점이 되면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머리가 아니라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여성의, 나의 완경 역시 끝이 아니라 계획의 완수이자 더 확장된 삶으로의 초대라는 것을 <완경 선언> 덕분에 경험하고 있다.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은 데다 2부는 내게 좀 생소하고 거리가 있는 분야여서 완주가 수월하진 않았지만 1부에서 다루는 완경과 완경이행기(갱년기)를 둘러싼 사회적 무지와 오해 그리고 침묵, 과학적·역사적 근거와 의학 지식 등은 정말 새로운 세계였다. 책을 읽는 동안(지금까지도) 또래의 여성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거나 책을 소개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내 삶과 몸을 통해 일어나는 완경을 제대로 알고 파악하는 일, 정보를 주고받으며 공감하고 격려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선입견과 무지와 오해 속에서 감추거나 외면하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서로를 얼마나 잃어버렸는지...

많은 사람들이 <완경 선언>을 읽고 무지와 오해에서, 어둡고 칙칙하고 우울하고 고통스럽다고만 생각했던 생의 한 시기를 잘 통과하길 바란다. 터널의 끝은 벽이 아니라 환한 빛이고, 우리는 그 빛으로 나아가야 한다.


p.18
"완경은 질병이 아니라 진화적 적응의 결과다. 월경 주기나, 임신 중 면역체계를 억제해 몸이 태아를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능력 등이 모두 종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진화적 적응인 것과 같다. 그리고 이러한 생물학적 현상과 마찬가지로 완경 또한 부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다. 일부 여성들이 경험하는 귀찮은 증상들과 몇몇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그 예다."

p.40
"여성들은 자신의 난소보다 훨씬 더 큰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느긋이 앉아서 그림 전체를 보며 균형적인 관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p.55
"완경기 증상들만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증후군들은 없다. 또한 원인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이처럼 불명확함으로 둘러싸여 있는 증후군은 없다. (사무엘 가이스트 , 프랭크 스펠만)"

p.58 ~ p.59
"완경기menopause라는 단어 없이도 잘만 살아가는 문화권이 수없이 많다. 네덜란드어로 이에 해당하는 단어는 ‘overgang’인데 ‘A에서 B로’ 가는 길이나 도로를 통과한다는 뜻이다. 핀란드어로는 ‘vaidhevoudet’인데 해의 변화change of year를 뜻한다. 스웨덴어로는 ‘klimacterium’인데 삶의 변화 혹은 단계들을 의미한다. 완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문화권에 사는 여성들이 완경이행기 동안 고통을 덜 받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일부 나와 있다. 이는 단어를 바꾼다고 해서 여성이 발열감이나 질 건조 등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한 사회가 공개적으로 완경을 끔찍한 질병이 아닌 하나의 변화로 수용한다면 그에 따른 후속적인 영향들이 있을 것이다."

p.63
"산부인과 의사 수준으로 완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태아기, 그중에서도 임신 1분기(임신이 된 후 약 9주까지)부터 시작 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 태아의 난소와 고환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Y염색체가 있으면 조직은 고환으로 발달하라는 신호를 받고, Y염색체가 없으면 조직은 난소가 된다. 그렇다. 난소가 기본값인 것이다."

p.70
"배란이 끝날 때 끝나는 이유는 그것이 원래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p.70
"교과서나 논문에서 완경을 묘사할 때 ‘고갈되었다exhausted’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사용한다. 배란을 할 수 있는 난포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난소는 고갈되지도, 기진맥진하지도, 진이 다 빠진 것도 아니다."

p.71
"우리는 이제 난소들이 완경 이후에도 호르몬 생성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비록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적은 정도일지라도 말이다. 난소 기질이라고 하는 난포 사이사이의 조직이 안드로스테네디온이라고 불리는 호르몬 전구물질을 만들 수 있다."

p.94
"나는 완경이나 노화와 관련된 어떠한 것 때문에 괴로울 때마다, 완경을 한 여성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세계가 현재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고 인간의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더 짧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스스로 상기한다. 또한 완경이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한다. 오히려, 완경은 강함의 증거다. "

p.95
"여성이 난소 기능이 끝난 이후까지 살도록 진화한 이유는 완경이 인간 사회에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p.131
"몸에 대한 가치 판단은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의 몸은 가치 있고 아름답다. "

p.133
"근육량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고 심지어 이미 손실된 근육을 되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운동은 근육 세포를 회복하고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236
"완경에 관한 모든 문제에서 과학이 중요하지만, 특히 뇌 건강에 관해 논의하는 데 있어서는 가장 명확하고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여성의 능력을 호르몬 작용과 연결시키는 여러 유해한 문화적 담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p.236
"호르몬으로 여성을 평가하는 것은 명백한 인신공격이다."

p.237
"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이전만큼 잘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 혹은 기대가 팽배한 문화에서는 문제가 되는 증상들은 급히 치료가 필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고, 여성은 자신의 상태가 ‘정상’이라 믿으며 침묵 속에 고통을 견딘다."

p.239
"여성의 뇌는 호르몬 신호에 따라 변화에 적응하고 신경을 재배열할 수 있는 독특한 가소성이 있다. 이 능력 덕분에 새로 태어난 아기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아기의 울음소리나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채 세심하게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 분만에 따른 호르몬 변화는 유아의 생존이라는 새롭고도 중요한 과제에 맞추어 여러 기능을 재배열한다. 많은 여성이 출산 후 ‘뇌가 아기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느끼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무능력해진 것이 아니라, 뇌가 모든 역량을 변화시켜 인간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한 가지 특정 과업, 즉 아기의 생존에 모든 집중이 쏠리게 되었을 뿐이다. 임신에 들어간 막대한 자원과 최종 산출물(아기)의 극도로 취약한 상태를 생각하면 이러한 뇌의 작동은 매우 논리적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의 뇌가 호르몬 변화에 민감하고 이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증의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월경 전 불쾌장애premenstrual mood dysphoric disorder, PMDD나 산후우울증과 같은 호르몬으로 인한 우울증 및 감정 기복을 겪는 것 역시 부분적으로 이런 이유에서일 가능성이 있다. 완경이행기 동안 일부 여성이 경험하는 변화 역시 호르몬 신호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능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p.240 ~ p.241
"완경이행기 동안의 뇌 기능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완경이행기가 끝나면서 사라진다. 이러한 경험은 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학습에 일시적인 정지 상태가 있을 수 있지만 완경이행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빠지는 것이라기보다는 휴식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완경이행기 동안의 호르몬 변화는, 비유를 하자면 컴퓨터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업로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업로드를 하는 동안(완경이행기) 조금 느려질 수도 있다. 업로드가 끝나고 나면 새로운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작동하기 전 한두 가지 작은 결함이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이 접수되면 곧 안정을 찾게 된다. 컴퓨터 코드도 호르몬도 결국 언어의 한 형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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