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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감사한 일 <가정을 위한 기도> 본문

처음 이 기도서를 만드는 모임에 초대를 받았을 때는 이렇게까지 관여를 해야하는지 몰랐다. 자문이나 교정 정도이리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씨앗을 뿌리기 위해 밭을 고르듯 내 의식 속에 깊이 박힌 돌을 빼내고 흙을 갈아 엎고 다져서 땅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고나 할까. 꽁꽁 문을 닫아 건 교회 안의 목소리도, 바깥에서 그저 교회를 향해 문을 열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아니어야 했고 시대의 변화에 눈을 맞추면서도 하느님 없이 사람만을 말하지도 않아야 했기에 나의, 우리의 작고 미숙함을 매순간 인정하고 실망해야하는 아픈 시간도 보냈다. 그리고 그만큼 내 마음과 귀를, 생각과 언어를 다듬어 주시라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했다.
가족에 대한 세속적 정의도 공부하고 가톨릭에서 말하는 가족 공동체에 대해서도 새로 공부했다. 무엇보다 어떤 이들에게 어떤 기도가 필요할지를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기도하고 또 기도한 시간이었다. 지금껏 수녀로 살아오며 바친 타인을 위한 기도의 대부분은 그들이 원하는 기도 지향이나 어떤 문제나 계획이 생겼을 때마다 상황에 맞춰 바치는 기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몇 걸음을 더 앞서 나가서 바치는 기도여야 했다. 표면적으로 떠올려지는 기도가 아니라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하거나 어쩌면 필요 없다고 여겼을지도 모르는 기도까지 생각했고, 이는 우리에게 있어 기도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알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기도하려고 해야할 것이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많은 이들의 아픔과 원의를 기억하며 쓰고 번역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책이 이루어지기 위해 함께 한 이들이 각자 맺어온 수많은 인연들의 도움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잠시의 인연마저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리는 각자의 삶으로 이 책을 엮은 것이다.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아픔을 괜찮다고 말하지 말자’라는 것이었다. 세상의 편견으로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그것이 잘못된 시선임을 말해주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무조건 괜찮으니 당당하라는 응원만이 정답일 수는 없지 않겠나. 괜찮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 역시 당장 아픈 사람을 어루만져 위로하기보다는 옳음을 강요하거나 얼른 털고 일어서라고 다그치는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많은 단어들을 고치고 덜어냈다. 완벽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진심은 묻어나리라 생각해 본다.
올해 가장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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