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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본문

雜食性 人間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하나 뿐인 마음 2022. 4. 22. 10:13

김승섭 지음. 난다.

세월호와 천안함의 트라우마 생존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물로 나온 책. 희생자들의 트라우마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정치적 제도적 문제점, 그리고 우리들이 갖춰야 할 태도 등을 다루는데 나 역시 기사에서 생존자를 다루어줄 때만 기억했다가 평소엔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나도 모르게 분리했었음을 반성하게 했다. 그 기사란 것도 얼마나 무자비하고 몰이해의 결과물이었나.

생각할 것들이 아주 많았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사회적 관계에서 고립되고 따돌림을 겪어 감정적 고통을 느낄 때 인간의 뇌는 폭행을 당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전측 대상회 피질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였다. 심리적 고립이 실제로 만들어 내는 신체적 통증. 완전히 모르지 않았지만,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일들을 이렇게 명백한 연구 결과로 보고 나니 부끄럽기도 하고 그분들께도,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나의 관심과 배려가 더 컸어야 했구나 싶어 후회도 컸다. 돌아보면 이렇게 늘 모자란다.

이 책을 내게 전해준 이와 더불어, <아픔이 길이 되려면>도 그렇고 쉽지 않았을 연구를 기꺼이 해주고 세상에 알려준 김승섭 선생님께 감사하다.


p.78
"결과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 어떤 일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문화가 한국 사회에 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p.99
"트라우마를 경험한 군인에게 동료로부터 받는 사회적 지지는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

p.103
"사회적 고립을 겪을 때 신체적 통증을 느낄 때와 동일한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는 어느 조직보다 집단적 성격이 강한 군대에서 다른 구성원들에 의해 비난받으며 심리적 적대감을 경험한 시간들이 생존장병의 몸에 남긴 상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

p.136
"‘왜 우리는 천안함 사건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같이 애도하고 또 살아남은 자들을 함께 위로할 수 없는 것일까’라는, 누군가는 순진하다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 절실한 질문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p.153
"수천 년을 거치면서 우리 사피엔스들은 서로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졌고, 얼굴은 부드러워졌으며, 공격성은 줄어들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쉽게 추적할 수 있도록 눈의 흰자가 커졌고, 얼굴 근육은 정교해져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뇌는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발달했다. (자밀 자키, <공감은 지능이다>)"

p.154
"왜 오늘날 세상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소수자 혐오를 거름 삼아 자신의 입지를 마련하는 정치인이 활개를 치며 외부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걸까요?"

p.167 ~ p.168
"혹자는 세월호 생존학생과 천안함 생존장병의 고통을 모욕하고 가짜 뉴스에 호응했던 사람들이 어리석은 극소수일 뿐 그러한 현상을 한국 사회 전체로 확대해 생각할 수는 없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피해자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저열한 비난을 하는 사람 자체는 소수였을지 몰라도, 우리 편의 고통만을 선택적으로 공감하고 우리 편에 유리한 근거만을 선택적으로 취합하는 성향이 사회에 만연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p.171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상대 진영의 사람들을 보며 종종 “도대체 생각이라는 걸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 연구 결과는 뛰어난 인지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오히려 확증편향에 더 능하고 정치적 양극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인지 능력이 자신의 진영이 지지하는 결론이 실은 틀린 것일 수도 있다는 열린 태도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기보다는, 정보를 취사 선택하고 활용하여 자신의 진영이 다툼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이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p.172
"확증편향은 무의식에 깊게 뿌리박고 있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우리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p.172
"저는 자신이 이러한 성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믿는 이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진 입장은 더 타당한 근거가 등장하면 바뀔 수 있는 임시적인 가설이 아니라 어떤 역경에도 바뀌어서는 안 되는 단단한 신념이 됩니다."

p.175
"많은 연구자가 외부 집단을 향한 무의식적 편견을 줄이는 수단으로 만남과 접촉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현실에서 인간을 만나 관계를 맺으면 모든 인간은 그가 속한 집단의 특성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종교, 피부색, 성적지향과 같은 일부 특성만으로 상대방을 무슬림, 흑인, 성소수자라는 단어로 규정하는 게, 구체적인 역사와 성격을 지닌 개인을 이해하는 데 충분할 리 없으니까요."

p.177
"한 재난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큰지 말하려 다른 재난의 고통을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만난 천안함과 세월호 사건 생존자 중 누구도 자신의 고통이 다른 재난 생존자를 더 아프게 하는 데 사용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천안함 생존장병들은 보다 많은 사람이 천안함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이 겪었던 시간을 알아주기를 바랐지만 그게 세월호 피해자의 고통을 모욕하는 방식일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p.185
"보상은커녕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조차 하나 없는 막막한 하루하루를 버텨온 그들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건대, 그들이 지겨웠던 것은 타인의 고통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방치하는 한국 사회였습니다."

p.187
"비참함이 피해자의 자격을 결정하는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p.191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애도’해야 하고, 참사의 상처와 함께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 ‘기념’해야 합니다.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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