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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9,28ㄴ-36 베드로는 구름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레지오 훈화)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9장

루카 9,28ㄴ-36 베드로는 구름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레지오 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19. 3. 17. 09:27


이번주는 사순 제2주일로 루카복음 9,28ㄴ-36의 말씀을 듣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목격한 베드로에게 갑자기 구름이 일더니 그들을 덮습니다. 구름이 덮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 베드로는 구름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체험처럼)

저희 이모는 절에 다니시다가 성당에 다니신지 이제 십년이 좀 넘으셨고 편찮으신지 좀 오래 되셨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척 오라버니께서 말씀하셨어요. "너는 다니던 절도 그만두고 성당에 다녔는데 아직까지 아프냐?" 뭐라고 대답하셨을까요? "오라버니, 제가 하느님을 믿지 않았다면 저는 벌써 죽었을 거예요." '하느님을 믿었는데도 아직 아프다.'와 '하느님 덕분에 아직 살아있다.'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작은 이모댁에 휴가를 가면 주일에 교중미사를 함께 갑니다. 한국의 교중미사는 11시 즈음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직장, 학교 다니느라 피곤했던 한 주를 마감하고 늦잠도 자고 쉬는 날인데다가 오랜만에 외식을 하리라 기대하는 조카들을 뒤로 하고 성당을 가니, 믿지 않는 언니나 조카들은 불만입니다. "왜 하필 제일 좋은 시간에 성당에 가세요?" 제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제일 좋은 시간이니 성당에 간단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번주 복음을 다시 한 번 살펴봅시다. 구름에 덮인 베드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하느님을 목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지요. 이렇게 상황은 변한 게 없다해도 그 상황을 이해하는 선택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하느님 덕분에 아직 살아있다.'
'가장 좋은 시간이니 성당에 간다.'
기도의 힘은 상황에서 하느님을 뜻을 발견하고 행하는 데에서 드러납니다.

사순시기입니다. 절제하느라 극기하느라 괜히 배고프고, 춥고, 지칠 수도 있지만, 더 가볍게 더 단순하게 '하느님만' 바라보며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조금 덜 먹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자선을 베풀고, 즐기던 것들을 참는 시간에 조금 더 기도할 수 있습니다.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이의 '차이'가 여기에서 드러납니다. 은혜로운 사순시기, 이 차이를 깨닫고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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