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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9,28ㄴ-36 다해 사순 제2주일 어린이 미사 강론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9장

루카 9,28ㄴ-36 다해 사순 제2주일 어린이 미사 강론

하나 뿐인 마음 2019. 3. 16. 22:22


친구들, 한 주간 동안 잘 지냈나요? 지금이 교회 달력으로 무슨 시기인지 알아요? 사순시기는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더 잘 따라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 하느님 말씀에 기울이며 기도와 희생을 바치는 시기예요. 사순시기가 되면 제대는 뉘우침을 나타내는 보라색으로 변해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 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셨어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라는 제자예요. 산에서 기도하시는 동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서 빛나는 모습으로 변하셨어요. 우리들은 이 장면을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라고 말해요. 조금 있으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스럽게 돌아가시지만, 곧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오실 것이라는 사실을 제자들에게 미리 보여 주신 거예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예수님처럼 영광스럽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려 주신 것이기도 해요. 

영광스럽게 빛나는 모습으로 변하신 예수님과,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베드로는 오래오래 그곳에서 머물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구름이 일더니 그들을 엎었어요. 구름이 가득 우리를 덮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죠. 그럼 어떻까? 맞아요. 제자들도 겁이 났어요. 그런데 그때! 소리가 들렸어요.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구름에 덮인 베드로는 비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하느님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거예요. 수녀님은 우리 친구들이 변모하신 예수님과 함께 이 장면을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비록 캄캄하고 보이지 않아서 겁이 나는 때가 오더라도 우린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예전에 수녀님이 있던 성당엔 토마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3학년 토마는 집이 가까워 늘 조르르 달려서 성당에 왔어요.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동안은 매일매일 성당에서 놀 수 있으니 기쁜 마음으로 달려오곤 했는데요, 그날은 사정이 있어 조금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마음이 급해졌어요. 토마는 첫영성체를 준비하는 어린이답게 달리기를 하면서도 기도를 멈추지 않았어요. “예수님, 늦지 않게 성당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수님, 제가 신호등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예수님, 제발요.” 하지만 너무 급하게 달리다 보니 그만 어딘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어요. 넘어진 토마는 무슨 말을 했을까요? 속상하고 아파서 엉엉 울 법도 한데, 바지를 툭툭 털면서 일어나 이렇게 다시 기도했어요. “그렇다고 너무 세게 밀지는 마세요, 예수님” 그리고는 하늘을 쳐다보며 예수님께 윙크를 날리고 다시 씨익 웃으며 성당을 향해 달렸어요. 수녀님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환하게 웃던 토마를 잊을 수 없어요. 나를 걸려 넘어지게 한 돌부리를 탓할 수도 있고, 성당에 가다가 넘어졌으니 예수님이 미워질 수도 있는데 토마는 예수님께서 살짝 밀어주셨다고 생각하고 씨익 웃으며 다시 신나게 달렸던 거지요.

우리는 사순 시기를 보내며 가끔 지치고 힘든 시간을 맞이해요. 그럴 때는 예수님께서 오늘 보여 주신 모습을 떠올리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구름 속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던 베드로처럼, 넘어짐도 하느님의 ‘밀어주심’이라고 생각했던 토마처럼 다시 힘을 내 보기로 해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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