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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르 8,22-26 눈먼 상태로 살았던 그 마을로 되돌아가지 않아야 한다. #dailyreading 본문

어제는 복사단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갔었다. 난생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본 ㅈㅎ는 승차권 발매기에서 승차권을 사려고 기다리면서, 긴장이 되었는지 손까지 맞잡고 기계가 시키는대로 돈 넣고 화면 누르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발매되었습니다"란 안내가 나오자마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옆에서 지켜보다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한참을 쓰다듬으며 웃었었다. 첫 마음, 착하고 사랑스러운 그 마음이 오래오래 가길 바라면서.
어제 아이들은 엄마 없이 영화를 보러 나오는 게 처음이라 다들 흥분 상태였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영화 재밌었냐 물으니 ㅈㅅ는 "수녀님이 보여주셔서 더 재밌었던 거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예쁜 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 녀석의 고운 마음도 오래오래 가길 바라면서, "다음에 또 보러 오자, ㅈㅅ야"하고 대답해줬다.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예쁜 아이들의 말이 어제 내내 나를 행복하게 했고, 나의 '시작들'을 떠올리게 했고, 오늘 묵상 때도 자꾸만 기억이 났다.
"무엇이 보이느냐?" 처음 눈이 떠 세상을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걸어 다니는 나무처럼 보입니다."하고 대답했다. 보이긴 보이지만 온전하지 않음을 인정하며 말씀드리자, 예수님께서는 다시 두 눈에 손을 얹어주셨고 그는 똑똑히 보게 되었다.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된 것이다.
첫마음처럼 곱고 순수한 것도 잘 없겠지만 첫마음만큼 눈녹듯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게 또 있을까. 아이들 마음이 너무도 예뻐 어제 오늘 많이 웃고 행복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순수하던 시절을 거쳐 온 나를 돌아보면서 조금 씁쓸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두 번에 걸쳐 일어나는 이 소경의 치유 과정이 마음에 남았나 보다. '눈을 떴음'과 '뚜렷이 보게 됨'은 분명 다를진대 첫단계에서 멈춰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제 겨우 눈을 떴을 뿐인데 마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아는 것처럼 살았던 적도 수도 없이 많겠지. 이틀 동안 나는 아이들이 그 착한 마음과 사랑스러운 말들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만큼, 내가 놓치고 잃고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복음을 읽어봤다. 예수께서는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그를 치유하신 다음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하시며 집으로 보내셨다. 마을로 돌아가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 눈먼 상태로 살았던 그 마을로 되돌아가지 않아야 한다. 후회한 만큼 되돌아가지 않으려는 의지도 꿋꿋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내 마음도, 내 영적 상태도, 내 삶도 '뚜렷이 보는'(25절) 것이다.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변화를 위해선 반드시 끊어야 하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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