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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7,21.24-27 모래와 반석 본문
살다보면 나름 열심히 살았다 싶은데, 왜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내 깊은 데까지 들이치는가, 무너질 정도로 내 삶을 흔드는 일들이 생기는가 질문하게 된다. 탓할 만한 잘못이 내게 있었다면 답하기가 쉽지만, 스스로 성실히 걸었다 싶을 땐 쉬이 답이 찾아지지 않아 기도조차 어려워진다. 때가 되어 내리는 비에, 강물이 넘쳐 밀려오는 일에, 스스로 불어오는 바람에 나는 얼마나 이유를 찾으려 했던가. 비 오고 바람 부는 일에서 조차 나는 왜 이리도 선악시비를 가리려 드는가. 내 안에서 선악시비를 가리는 일이 두려워서는 아닌가.
튼튼한 집을 지으라 하시기 보다 반석 위에 지으라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새겨본다. 분명 '내가' 튼튼하게, 열심히 집을 지었는데 왜 강물이 밀려들고 바람이 불어와서 나는 흔들리고 무너졌는지 수도 없이 물었었다. 제 아무리 튼튼한 집을 제손으로 지어올린다 해도 언젠가는 허물어져 내려앉을 건물에 불과하니 영원한 반석이신 하느님 위에(이사 26,4) 세우라 하시는 예수님은, 제발 나의 열심에 기대지 말고 하느님의 뜻에 의지하라고 하신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지금 하는 말이, 내가 지금 하려는 일들이, 내가 지금 품고 있는 생각이 하느님 뜻인지(반석), 내 뜻(모래)인지 구별하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었나. 그리고 그 집이 크고 웅장하기를, 아름답고 빼어나기를 나는 또 얼마나 바랬던가.
'오늘 하루도 매순간, 여기가 반석 위인지 모래 위인지 잘 살펴볼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하고 묵상과 기도를 마쳤는데, 어느 수녀님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으면서 그때마다 '주님, 주님'을 부르는 일이 없도록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셨다. 그래, 주님을 부르며 내 뜻을 은근슬쩍 갖다 붙이는 일이야 말로 모래 위에 세워진 집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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