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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7,6.12-14 본문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마태 7,13)
묵상 중에 좁은 문을 상상해 봤다. 멸망으로 이끈다는 넓은 문과 널찍한 길도 상상해 봤다.
그러다 생각나는 장면이 있었다. 보스톤으로 떠났던 피정 마지막 날, 엘에이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어중간한 오후 시간이라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곳이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머물던 호수였다. 그가 낚시를 했다던 호수와 그가 살던 집을 돌아보며 걷던 그날 오후.
우리는 생각보다 넓은 호수와 숲(기차길도 지나갈만큼 큰 숲이었다)에 놀랐고 생각보다 더 좁은 방에 또 한번 놀랐었다. 하지만 그 넓은 숲길을 함께 걷다보니 가끔은 어깨가 부딪히기도 했고 나지막한 혼잣말도 서로 들을 수 있었다. 둘셋 따로 걸었다면 널찍한 길이었겠지만, 다섯이 굳이 함께 걸으려다보니 오히려 조금 좁게 여겨지던 그 산책길. 넓었지만 함께 걸으니 '좁은' 길이기도 했었던 것이다.
예수가 말씀하시는 '좁은' 문은 어쩌면, 함께 걷기에 '좁은' 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 혼자 행복하게 눈누난나 걷는 넓은 길 말고, 너도 나도 함께 걸어서 조금은 복닥거리는 좁은 길. 혼자여서 자유롭고 편한 길 말고, 함께 가기 위해 끌기도 밀기도 기다리기도 부딪히기도 하는 그런 길 말이다. 함께 들어서기 위해 어깨를 오므리고 보폭도 좀 줄여가며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삶, 함께 들어서기 위해 발걸음 재촉하며 날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힘내서 달려가보는 삶 말이다.
데이빗 소로우의 방은 이렇게 조그마했다. 수도자들의 방 구조와 거의 흡사하다. 벽난로대신 옷장이 있고 책장이 하나 더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좁은 방이겠지만, 소로우도 우리 수도자들도 이 정도의 방에서 여생을 보내는데 아쉬움이 하나도 없다. 이 좁은 공간에도 주님은 계시고 충만히 존재하시며, 우리 역시 광활한 초원 못지 않은 자유를 만끽하는 곳이다.
함께 하기 위해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날 초대하신다. "너 혼자하면 더 빠르고 더 쉬울지 모르지만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은 반면, 함께 해서 더디고 힘들어도 비좁은 길의 끝은 생명이다."하신다.
좁은 문은 연대의 문이요, 공감의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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