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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26,26-30 우리도 예수님을 넘겨받았다. 본문
이제 예수님은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시며 하느님을 대면하신다. 하느님께 먼저 당신의 몸과 피를, 즉 당신 자신을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내어주셨다. 제자들의 준비와 예수님의 준비는 이렇게 달랐다. 늘 하던 대로 하면 되리라 생각하고 준비했던 제자들과 달리 예수님은 ‘당신 자신’이라는 파스카 음식을 준비하신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제자들처럼 늘 하던대로만 예수님 앞에 나가는 건 아닌지,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음식만 바치고 나 대신 늘 당신 자신을 바치시는 예수님을 매일 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예수님은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셨다.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도 마찬가지로 제자들에게 주셨다. 이렇게 이제 예수님은 제자들의 손에 ‘넘겨졌다’. 또한 매일 미사에서 우리 인간들의 손에 ‘넘겨지신다’.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를 바치실 때 그것만 바치지 않고 그 안에 당신 자신을 모두 담아서 바치셨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몸을 꺾어버리기 전에, 당신의 피를 쏟아버리기 전에 사람들에게 먼저 내어주셨다. 해방시키고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용서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이 잔을 마시면 우리는 생명과 용서를 받는다. 이 빵과 잔은 모두에게, 유다에게도 주어졌다. 예수님은 유다가 죄를 다 저지르기도 전에 생명의 빵을 주셨고 용서의 잔을 내미셨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먼저 하느님께 바쳐진 제물이었기에 가능했다. 하느님께 먼저 바쳐진 것이기에 하느님의 뜻대로 처리되는 것이다. 하느님께 이미 바쳐진 것이기에 하느님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또 나의 삶을 생각한다. 이미 하느님께 우리 자신을 드렸기에 우리는 내어놓을 수 있다. 하느님께 온전히 바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놓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용서는 왜 이리 고통스러운가. 기다려 주고 참아주는 것이 왜 이다지도 힘들고 아픈가. 아직 온전히 하느님께 나를 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여전히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내 것이라 생각하는 주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하느님께 온전히 바쳐진 사람은 사람들의 죄를 용서한다. 하느님께 온전히 바쳐진 사람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준다. 예수를 바치고 예수를 넘겨 받은 제자들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넘겨받았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매 미사 때마다 예수님은 우리의 손에 넘겨지신다. 우리는 내 손에 넘겨지신 그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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