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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마태 26,1-5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에게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다.” 본문

마태오의 우물/마태오 26장

마태 26,1-5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에게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다.”

하나 뿐인 마음 2018. 10. 2. 16:05



여기서부터 예수님은 군중들에게 하시던 말씀을 모두 마치시고, 제자들을 향해서만 얘기하신다. 세상을 향해 하실 말씀은 다 하신 셈이다. 하지만 성경은 예수님과 제자들만 비추진 않는다. 예수와 제자들이 나오는 장면과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나오는 대사제의 저택을 연달아 비추며 장면을 대비시킨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에게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이다.” (2절)

파스카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 반드시 먼저 일어나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예수님의 ‘넘겨짐’이다. 사람들을 지어 만드신 분이 사람들 손에 넘겨진다는 것. 생명의 주인이신 분이 죽음에 넘겨진다는 것. 수난의 끝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길을 걷는 심정은 어떨까. 예수님은 수난의 길을 마지 못해 걸으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입하시면서(수난을 방해하는 것들을 저지하시면서) 그 길을 걸어가신다. 수난을 재촉하는 이들을 오히려 가만히 두고 보신다.

닥칠 일을 내다보시면서도 방향을 틀지 않는 예수님에 비해,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모여 속임수를 써서라도 사람을 죽이려고 공모를 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놀라운가. 종교의 수장들과 사회의 수장들이 모여 악을 위한 결탁을 한다. 그것도 제사장의 우두머리인 대사제의 저택에 모여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악을 도모한다. 자신들이 죽이려는 자가 실은 자신들의 계획을 돕고 있다는 걸 그들은 몰랐다.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가올 시간을 맞이하려는 예수와 계획하고 백성들의 소동을 대비한 대책을 세우면서까지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사람들이 선명하게 대조된다.

예수님이 이 모든 것을 모르시지 않았다는 것이 마음에 많이 걸린다. 수난의 길이라 해도 세상 구원을 위해 가야할 길이기에 묵묵히, 담담히 그 길을 걷는 심정을 나는 헤아리기 어렵다. 조금만 이해받지 못해도 서운한 마음이 생기고, 편하고 쉬운 방법이 있다면 자꾸만 그리로 눈길이 가는 나로서는 짐작하고 싶지도 않은 지도 모르겠다.

자신만의 계획이 있고 그것을 추진할 능력도 갖추고 있기에 주도권을 강력하게 행사하면서 의도대로 일을 진행시켰고 예수를 없애려는 그 계획은 성공한다. 하지만 그 계획이 실은, 베드로를 가혹하게 야단치고 사랑하는 제자들을 잃어가면서까지(도망이든 배신이든) 예수님이 방해될 일들을 미리 치우셨다는 걸 이들은 알지 못했다. 나의 노력이라고, 나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뿌듯하게 여겼던 일들도 얼마나 그분 개입 덕이었을까 생각해보니 이래저래 마음이 아득하다. 묵묵히 당신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 뒷모습을 오늘 하루, 조용히 뒤따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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