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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7,26-37 서서히 함께 물들어가는 삶 본문
죄가 찼던 노아의 때나 롯의 때, 때가 차면 나타나실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때. 세상이 변해야 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야할 때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든, 어떤 경고를 보내든 개의치 않고 자신의 일상,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는(27절) 일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결국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들(33절). 세상을 모른 척 하거나 무관심하여 자신의 삶만을 유지하는 사람. 함께 노를 젓다가 방향을 바꿔야 할 땐 분명 다른 방법으로 노를 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태 이렇게 저었으니 나는 변함 없이 같은 방식으로 노를 젓겠다고 말하는 이.
먹고 마시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는 일들이 (28절) 무가치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덮칠 홍수가 닥친다면,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진다면 결국 그렇게 유지하고 싶어했던 나의 삶마저 사라지게 될 뿐이다.
어디 세상사는 일에만 해당되는 일인가. 하느님의 뜻은 굽은 길인데 여태 곧은 길을 걸어왔다며 나의 방향만 고집한다면, 불의가 파도처럼 넘실대는 세상에서 나의 소소한 일상만을 최고 가치로 여긴다면 우리의 끝은 어디일까. 방향을 트는 오토바이 위에서 오토바이와 함께 눕지 않고 꼿꼿이 허리를 세운다면 나도, 오토바이도 모두 넘어지지 않겠는가.
사람이 어떻게 무너지고 죽어가든 내 배만 채우고 내 골육의 안위 만을 위해 셀 수 없을 만큼의 비리를 저지르고 약탈을 일삼았던 이들에게는, 그 당연했던 모든 것으로 인해 무너지고 죽어갈 것이라 말해주고 보여줘야 한다.
단풍이 드는 계절이 시작되고 하나의 잎이 물들기 시작하면, 순서가 조금은 다르더라도 우리 모두 물들어야 한다. 서서히 함께 물들어 가는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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