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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엄마랑 꽃길을 걷겠지 본문

vita contemplativa

엄마랑 꽃길을 걷겠지

하나 뿐인 마음 2016. 8. 9. 14:49


엄마와 대학교 1학년 때 헤어졌고, 스물 일곱에 수녀원에 들어갔다. 입회하고도 십여 년이 흐른 후 수녀원 정원에 핀 커다란 작약을 보며 엄마가 작약을 좋아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아, 예쁘다."하고 입으로 중얼거리는 순간 엄마가 떠올랐고, 그 순간 엄마가 어떤 '여자'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기억엔 남아 있지 않지만 작약이라는 말도 엄마에게서 배웠겠지. 그리고 난 하늘 나라에 가면 엄마랑 꽃길을 걷겠지.


엄마랑 꽃길을 여행했다는 트윗을 보고 엄마 생각이 났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고 여행 다닐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난, 성당에서 떠난 엠티와 학교에서의 두 번의 엠티를 빼고 나면 입회 전엔 거의 여행을 하지 못했다. 엄마와 어딜 여행 다닐 일도 물론 없었다. 


미국에서 몇 번 파크 같은 델 다녀온 밤이면 엄마 생각이 났었다. 지금의 난 학생도 아니고 운전도 할 수 있고 영어도 할 수 있어서 엄마든 아버지든 모시고 다닐 수 있는데, 이젠 엄마와 아버지가 내 곁에 없구나 하는 생각. 하늘 나라에서 엄마와 꽃길을 걷고 있으면 아버지는 조용히 뒷짐을 진 채로 우리 뒤를 무심히 뒤따르시겠지. 그곳은 살아 생전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꽃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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