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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난 프로즌에 관한 대화 본문

vita contemplativa

문득 생각난 프로즌에 관한 대화

하나 뿐인 마음 2016. 9. 11. 11:16


영화든 책이든 보는 사람이 느끼고 말하는 것이 평가가 된다. 감독이나 저자의 의도가 아무리 아니라 해도 보는 이들이 그리 보고 느꼈다면 표현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 하지만 개인은 자신만의 사고와 경험이라는 렌즈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언젠가 프로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여자 주인공이 자신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어쨌든 자기 말고는 다 얼려버리는 거잖아요. 아니러니해요."라고 말했다. 책도 많이 읽고 좋은 점 아주 많은 분인데, 가끔 느끼던 투명한 유리벽을 그때 선명히 보았던 거 같다.


바로 그런 방식으로 자신이 주위를 몽땅 얼려버리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 프로즌이 '여자'가 주위를 몽땅 '얼려버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생각하는 사람 정말 많겠지.


주어진 것이라는 것,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하는 그 차가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사방이 얼어 붙은 것 같아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스스로를 도태시키며 살아가던 수많은 약자들의,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채는 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내어야 하는지를, 나 자신이 되어 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영화를 보면서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얼어 붙은 삶을 내내 마주해야 하는지를, 내 생에선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을 느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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