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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엉킨 매듭과 엮인 매듭 본문
부모와의 매듭을 풀고 싶은데 어렵다는 문자를 받았다. 살아가면서 풀어야할 매듭 서너 개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람들이 얼마나 꼬이고 엉킨 매듭을 풀길 원했으면, '매듭을 푸는 성모님'(Mary Undoer of Knots)께 드리는 기도가 생겼을까.
( http://singthelord.tistory.com/1554 )
자매님께 답할 문자 내용을 생각하다보니 나의 매듭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떤 매듭은 풀고나니 자연스럽게 잘 이어져 있기도 했지만 또 어떤 매듭은 애초에 엉킨 매듭이 아니라 끊어진 줄을 잇다가 꼬여버린 매듭이기도 했다. 풀고 난 매듭은 이어져 있을 수도 있고, 아예 연결되지 않도록 끊어지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나 역시 그랬다.) 매듭을 풀고 나면 보기 좋고 자연스럽고 좀 더 여유 있는 상태로 이어져 있게 되리라 여기지만, 단절을 목표로 풀어야 하는 매듭도 있는 법. 알고 풀었다면 충격이 덜할 수도 있지만, 풀고 난 후 알게 되고는 더 망연자실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매듭을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이어져 있을 것인가, 연결 자체를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아닐까 한다. 과감히 헤어져야만 굴레에서 벗어나는 경우라면, 매듭을 푸는데 지나치게 기도와 감정도 체력을 소모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잘라버릴 것을 권하곤 한다. 냉정하게 여겨지고 무자비한 결론 같아도 잡았던 손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 있는 것처럼 매듭도 그렇다.
다시 매듭을 짓는 경우도 물론 생기겠지만, 푸는 것이 반드시 '연결'로 이어지진 않음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것. 내게 있어 매듭을 푸는 행위에는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도 필요 했었다.
나는 지금도 심하게 엉켜 있는 매듭 하나를 내내 쥐고 있다. 풀어야 하는 매듭인지, 끊어야 하는 매듭인지, 단순히 엉킨 매듭인지, 묶인 매듭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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