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렌의 노래
- 박태범 라자로 신부
-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그녀, 가로지르다
- 영화, 그 일상의 향기속으로..
- 사랑이 깊어가는 저녁에
- 어느 가톨릭 수도자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
- 테씨's Journey Home
- 성서 백주간
- El Peregrino Gregorio
- KEEP CALM AND CARRY ON
- HappyAllyson.Com 해피앨리슨 닷컴
- words can hurt you
- 삶과 신앙 이야기.
- Another Angle
- The Lectionary Comic
- 文과 字의 집
- 피앗방
- 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홍's 도서 리뷰 : 도서관을 통째로. : 네이버 블로…
- 행간을 노닐다
- 글쓰는 도넛
- 명작의 재구성
-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 자유인의 서재
- 창비주간논평
- forest of book
- 읽Go 듣Go 달린다
- 소설리스트를 위한 댓글
- 파란여우의 뻥 Magazine
- 리드미
- 여우비가 내리는 숲
- 인물과사상 공식블로그
- 개츠비의 독서일기 2.0
-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 서재)
- 세상에서 가장 먼 길,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 2.…
- YES
- Down to earth angel
- BeGray: Radical, Practical, an…
- newspeppermint
- 켈리의 Listening & Pronunciation …
- Frank's Blog
- 클라라
- Charles Seo | 찰스의 영어연구소 아카이브
- 영어 너 도대체 모니?
- 햇살가득
- 수능영어공부
- 라쿤잉글리시 RaccoonEnglish
- Daily ESL
-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 교회 음악 알아가기
- 고대그리스어(헬라어)학습
깊이에의 강요
마술라디오 본문
정혜윤 지음. 한겨레출판.
정혜윤 피디의 책을 두 권이나 책장에 꽂아두고 아직도 둘다 읽지 못했으면서 또 다시 서점에서 집어 든 그녀의 책. "그의 슬픔과 기쁨"을 읽고 연달아 그녀를 또 만나고 싶었기도 했고, 그녀와 나의 코드가 맞는지 맞지 않는지 시험 삼아서라도 꼭 한 번은 읽어야겠다 싶었던 책이다. 그녀가 피디를 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 중에서 그녀 마음에 각인된 채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졌는데 조금 수다스러운, 그러나 미울 정도는 아닌, 세련된 스타일의 여인이 내 앞에서 끝도 없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저한테는 참을 수 없는 게 또 있어요. 저는 혼자 있을 때 드는 내 생각의 얕음에 가끔 어질어질해요.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열심히 들을 때, 혹은 열심히 책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혼자 하는 제 생각은 가관이죠. 낮에 당한 모욕에 대한 반복적인 복수, 그때는 생각나지 않았는데 한참 뒤에야 생각나는 통쾌한 반박, 감상적인 소설에나 나올 법한 유치한 생각들. 그때는 내가 나를 할퀴죠.
오로지 나만이 나를 할퀼 수 있는 시간이 있지요. 내가 나의 적이죠. 그때는 무한히 표피적인, 무한히 얕은....... 그래서 저는 열심히 내가 들은 것, 내가 읽은 것을 생각해야 해요. 내 일상의 경험과 마음속, 그 사이에 뭔가가 끼어들게 해야 해요.
듣고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이 그녀의 직업이라지만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고된 일인가. 수도 없이 듣고 그 안에서 기도거리를 찾아내야하는 나의 삶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나의 경우야 역할의 만만치 않음보다 나 자신의 한계가 더 십자가이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도 나는 신부님 두 분을 초대해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 앉아 수도 없이 일어나 자리를 비우고 설거지를 하고 남은 음식들을 정리했다. 잘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들, 각자의 주제가 조금씩 비껴가는 이야기들, 부질없다 여겨지는 이야기들, 정도에 관계 없는 의견 주장의 연속... 나는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자리를 지키는 것이 너무나 힘이 든다. 그러지 말자 수없이 다짐하면서도 어떻게든 핑계를 만들어 그 자리를 떠나고, 혼자의 시간을 좀 보낸 후에야 다시 동석할 용기를 낼 수 있다.
나 자신이 유치하지 않다는 자만과 진부한 이야기들을 견디지 못하는 교만의 탑을 하늘까지 쌓고 있는 건 아닌가 늘 돌아보면서도 어질어질할 정도까지 쌓인 후에야 조금 정신을 차리고 허물기 시작하는 나. 허물고 쌓고를 반복하며 내 삶을 보내겠지. 하지만 이런 내게도 삶을 치유할 이야기들을 쓰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참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