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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눈물 본문
최인호 유고집. 여백.
마지막을 눈 앞에 둔 사람의 고백. 내 인생의 단어들 중 '의미'와 '투명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 책. 나는 유아세례를 받았고 이렇게 수도자가 되어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왜 하느님을 믿게 되었을까?'가 늘 궁금하다. 저 사람에겐 하느님이 어떻게 섭리하셨을까.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저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하느님을 믿게 된 걸까. 무슨 근거로...'이지만.
벗이여, 저는 자주 넘어집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과, 타고난 성격인 화를 잘 내는 습관과, 일단 입을 열면 남을 비판해 놓고 보는 교만과, 성욕에의 유혹으로 저는 단 하루도 죄를 짓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적당히 죄를 지으면서 적당히, 적당히, 적당히 돈을 벌면서 적당히, 적당히, 적당히 거짓말을 하면서 적당히.
최인호 작가의 유고집인 이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만나려는 노력을 통해 하느님을 만났을지도 모르겠다.'였다. 겹겹이 꽁꽁 싸맨 자신의 껍데기를 하나씩 벗겨가면서 벗겨낼 때마다 그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만났겠구나 싶었다. 거울 앞에 서듯 그렇게 하느님을 만났겠구나...
싫습니다, 주님.
비록 죄 중에 자주 넘어지지만 저를 주님을 향해 타오르는 불덩어리가 되게 하시던지 아니면 차라리 얼음덩어리가 되게 하소서. 미지근하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적당한 저로 만들지는 말아 주소서. 가장 뾰족하게 깎은 연필만이 가장 가는 선을 긋듯, 제 정신의 촉 역시 언제가 날카롭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주님,
주님께서 저를 부르셨을 뿐 아니라 뽑히는 사람이 되도록 제게 은총 주소서. 주님은 하실 수 있는 분이시니 이왕 주님에게 버린 몸, 완전하고도 철저하게 주님에게 버린 몸이 될 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주님께로 나아가겠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왜냐하면 죄악으로 더럽혀진 더러운 몸이므로 스스로 목욕하고 깨끗한 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주님께로 나아가겠다.' 이제 생각하면 그 말은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었습니다. 내 영혼이야말로 온갖 더러운 죄악의 때로 더럽혀진 몸이었으므로 곧바로 주님께로 나아가 은총으로 깨끗이 씻었어야만 했습니다. 녹이 쇠에서 나서 다시 그 쇠를 녹슬게 하듯이 악 역시 사람의 몸에서 나서 다시 그 몸을 망치기 때문입니다.
유고집이라는 책이 기대보다 가벼웠다. 결코 쉽사리 행하진 못했겠지만 결국 훌훌 벗어던지고 가볍게 떠나가길 원했던 사람의 글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만, 딱 한 번 아픈 문장을 만났다.
저는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행을 하고 있음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고통은 수동적인 것이지만 고행은 자발적인 것입니다.
그래, 나는 이 문장이 참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