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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와일드 본문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나무의철학. 누구나 한 번은 길을 만든다. 사람은 어디까지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을까. 셰릴은 가장 밑바닥까지 형편없이 떨어졌다가 죽을 힘을 다해 그 낭떠러지를 다시 기어오른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는 등산화 한 짝을 잃어버린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다시 찾아오는 일은 불가능했다. 헉. 나는 마치 기절이라도 할 것처럼 숨을 들이켰다. 비록 황무지에서 38마일을 지내며 이곳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금 일어난 일의 충격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등산화가 사라지다니……. 말 그대로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나는 남은 한 짝을 마치 갓난아이처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물론 그건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도대체 이걸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있으나 마나 한 존재 아닌가? 끈 떨어진 고아 같은 녀석에게 나는 아무런 동정심도 느낄 수 없었다. 그건 그냥 무겁고 커다란 짐짝일 뿐이었다. 은색의 금속 죔쇠에 붉은색 신발끈이 달린 갈색가죽의 라이클 등산화 한 짝이라니. 나는 남은 신발 한 짝을 온 힘을 다해 멀리 내던졌다. 그리고 녀석이 내 품을 떠나 저 멀리 무성한 숲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정작 그 오랜 시간 동안 머나먼 길을 걸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내가 처음 시작이라고 생각했던 건 결코 시작도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이 여행은 내가 떠나고자 결심했던 그 순간 시작된 게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전부터,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4년 7개월 하고도 3일 전에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미네소타 주 로체스터에 있는 메이요 클리닉에서 죽어가던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 육체적 나약함이나 이 길의 진면목은 전혀 계산에 넣지 않았다. 직접 배낭을 메고 걷기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런 사실들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길에서 벗어났고 정도(正道)에서 일탈했으며 방황하고 멋대로 행동했다. 때때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은 내가 올라야 하는 하나의 긴 산길처럼 느껴졌다. 내 여정의 끝은 컬럼비아 강이지만 마치 어디 높은 정상에 올라야 여정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올라간다는 것은 그저 은유적인 표현만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나는 거의 언제나 엄청난 높이를 오르는 기분이었다. 그 냉혹한 현실에 매번 거의 울 뻔했고 근육과 허파는 전력을 다해야 했다. 언제나 내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야 PCT는 내리막길을 보여주곤 했다.
다 읽은지 오래되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 나는 할 말을 잃었었다. 그리고 지금도 딱히 할 말이 없긴 마찬가지다. 셰릴이 그녀 자신과의 그 고되고 지난한 싸움을 마쳤을 때 나 역시도 진이 다 빠져버린 탓이다. 우연찮게도 마지막 보루라는 책을 읽고 바로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와일드였다. 결국은 내가 넘어야 할 산은 나 자신이다. 해는 뜨고 지고, 꽃도 피고 지고, 바람도 불다 멈추고, 비가 오기도 하고 눈이 내리기도 한다. 내가 뜨고 지는 건 내 몫이다. 그러니 다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