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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길에서 길을 찾다 본문
문재상 지음. 가톨릭출판사.
2011년 서품을 받아 지금은 사제가 된 학사님이 무일푼으로 40일간 친구와 함께 전국을 일주하며 광야체험을 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일기 형식으로 전해주는 책이다.
아무것도 청하지 않을 때에도 주님께서는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을 베풀어 주신다. 그저 감사할 따름.
책의 시작부터 나는 조금 흔들렸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을 베풀어 주신다는 조금은 희망찬, 그러나 조금은 아프게 다가오는 고백. 그 가장 좋다는 것에 포함된 것이 마냥 신나는 것만은 아님을 조금 알아버렸기에 부푼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하는 그의 포부가 오히려 안타까웠다.
행복은 충만함이 아닌, 부족함에서 나오는 것이던가.
하지만 얼마 못가서 그의 고난?은 시작된다. 얻어 먹지 않고서는 자신들의 배를 불리지 않겠다는 결심은 뼈저리게 '부족'을 실감하게 했지만 맛살 한 조각, 감자, 식은 밥 한 숟갈에서도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만약 밥 한 숟갈에서 그마저도 빼앗긴 이들의 고통까지 안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면 이 책을 그쯤에서 덮어 버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 그 학사님은 당장 눈 앞에 놓여진 음식을 보고 거룩한 이타적 사랑 따위는 까맣게 잊고 그저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일에 감사했다고 솔직히 말한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광야의 삶은 분명히 힘들고, 고통스럽고, 불편합니다. 하지만 그 고통과 불편함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개입하실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줍니다. 우리가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이 하느님께서 다가오시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삶을 위해 이것만은 놓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 그것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활동하실 수 있는 것이지요.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다른 어딘가에 의지하고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다가오실 수 없겠지요.
시련에도 크기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시련을 제대로 겪어낸 사람은 타인의 시련을 자신과 비교하며 크기를 재어볼 리 없다. 광야에 내팽겨쳐진 자신과 운동장 한 구석에 홀로 남겨진 어린 아이를 달리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 역시 아프고 슬프고 외롭기에 위로받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자신이 그를 위해 기꺼이 위로할 마음을 갖게 된다.
온전히 길바닥에 나앉을 준비
길을 나서는 준비는 떠나기 전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해도 여행 길에 들어선 후에 뒤늦게 필요한 것들이 생각나곤 한다. 다 버리고 이 삶을 시작했다 생각했는데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버려야할 것들이 생기는 것처럼. 다 버렸다 싶었던 그날의 결심도 열성에 북받친 소박한 원의에 불과했음을 살면 살수록 절감하고 있으니까. 저자 역시 길에 나선 후에 그것도 한참을 걷고 헤맨 후에 온전히 길바닥에 나앉을 준비를 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본인의 처지를 실감한다.
길 위에서 타인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삶이지만, 여전히 타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돌처럼 굳어 있는 것일까. 상처 입을까 두려워하는 작은 동물처럼, 그렇게 길 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나였다.
낮아져야, 비로소 도울 수 있다.
저자가 던지던 질문들은 어쩌면 내가 이 삶을 살면서 자꾸만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넌 누군가를 도울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나의 약함을 인정하지 않고는 도움은 커녕 내 삶을 주체하기도 힘들어 지는 게 이 삶이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순수한 젊은 신학생이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진지한 질문들은 비록 설익은 질문이라해도 평생을 두고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질문이며 죽음의 순간, 자신을 뒤돌아보며 하느님 앞에서 또 물어야 할 질문이니까.
교회가 세상을 감싸야 하는가,
세상이 교회를 감싸야 하는가.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탁한다는 것은 대체 얼마만큼의 투신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가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하느님 뿐인가,
아니면 나 자신뿐인가.
결국 내가 가진 '아주 작은 것'이 '더 작은 것'을 가진 그분들과의 만남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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