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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0,38-42(훈화) 본문

루카의 우물/루카 10장

루카 10,38-42(훈화)

하나 뿐인 마음 2013. 7. 21. 00:07

 

 

('마리아와 마르타 집의 그리스도'. 17세기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그림)

 

이번 주일 복음은 마르타와 마리아 이야기입니다. 모두 다 아시는 얘기지요? 예수님을 위해 열심히 시중을 들었던 마르타와 주님 발치에 앉아 열심히 말씀을 들었던 마리아. 복음 묵상을 해보면 어떤 날은 마르타한테 서운하고 어떤 날은 마리아가 야속합니다. 내가 복음 안에서 마르타가 되었다가, 마리아가 되었다가 합니다. 도대체 마르타와 마리아를 구분 짓는 기준이 뭘까요?

 

어제 성체 앞에서 묵상을 하다가 이런 물음이 생겼습니다. 예수님은 왜 오셨을까요? 왜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에 오셨을까요? 마르타는 분주하게 시중을 들었다 하지만 예수님이 식사를 하셨는지 안하셨는지는 복음서 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복음사가에게는 식사를 하신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나 봅니다.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하신 분이 대접 받으러 오셨을까요? 오천 명을 먹이신 분이 끼니가 걱정되어 오셨을 리가 없을 테구요.

 

혹시, 둥 중에 어느 누가 예수님 마음에 들었다고 생각하세요? 이유는? 우리는(저를 포함해서) 가끔 마르타와 마리아를 서로 반대편에 세워 두고 이런 사람은 마르타 부류, 저런 사람은 마리아 부류... 이렇게 갈라놓기도 합니다. 우리끼리는 줄 그어서 갈라 놓을 수 있다고 하지만, 예수님은 과연 둘 중 하나를 위해서만 오신 건 아니실테지요.

 

이번 주 복음 안에서 예수님은 마리아와 대화를 하지 않으십니다. 물론 마리아가 예수님 말씀을 듣고 있긴 했지만 우리 귀에 들려주는 대화는 마르타와 주고받으시지요. 좋은 몫을 택한 마리아와의 대화는 우리가 들을 수 없지만 마르타와의 대화는 우리가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과 마르타와의 대화는 우리에게 필요한, 우리가 알아들어야 하는 대화인가 봅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제자들이 풍랑을 만난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염려와 걱정은 예수님과 함께 있음을, 하느님이 우리의 '구원자'이심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 생기는 듯합니다.

 

영화 '야곱 신부의 편지' 이야기. (수도자로 살아가면서 평생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편지에 답장을 하는 일을 했던 야곱 신부가 죽음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것은, 그동안 자신이 하느님을 위해 이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자신을 위해 하느님이 이 일을 준비해 주셨다는 것... )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오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위해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해 주시는 거지요. 마르타는 예수님이 자신을 위해서 오셨음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분주히 시중 들기에 바빠 예수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도 못하다가 예수님께 불평을 늘어놓게 되구요. 마르타는 예수님을 사랑했지만 자신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은 100% 느끼지 못했습니다. 반면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말씀을 듣는 것을 첫째로 실천했던 거지요. 예수님은 우리가 마리아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당신 말씀을 들으라는 것보다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우리가 알아듣기를 원하시는 겁니다. 나를 위해 오셨음을 아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르타가 되기도 하고 마리아가 되기도 하며 살아가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마리아가 되는 일이 많아야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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