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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루카 10,25-37(훈화) 본문
이번 주 주일 복음에는 두 가지 이야기, ‘가장 큰 계명’과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연결되어 나옵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율법 교사의 질문에 율법에 무엇이라 쓰였는지 물어보신 후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네가 살 것이다”하시지요. 이어서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에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시지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제가, 레위인이 강도를 만난 사람을 모른 척 했다는 사실은 사실 굉장히 씁쓸한 이야기지요. 이들은 왜 그랬을까요.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주저하지 않고 도와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복음 묵상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래도 이들이 그를 지나쳤을까?’ 예수님은 말씀하신 후 사제, 레위인, 사마리아 사람 중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물으시고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하십니다.
옛날 어느 수도원의 원장이 모든 제자에게 새를 한 마리씩 나누어주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죽여 오라'고 했습니다. 얼마 후, 모든 제자가 새를 죽여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한 제자만 산 채로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서 원장이 그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왜 새를 죽여 오지 않았나?” “원장 신부님, 저는 아무도 안 보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를 가도 하느님께서 저를 보고 계셔서 새를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것도 그냥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나 자신처럼 ‘보이는’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보이는’ 모습으로 다가오십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모두, 우리를 둘러싼 자연 모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주는’ 피조물이지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은 어느 곳에서나 우리를 보고 계실 수 있지요.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과 함께 살아야하는 사람들이지요.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무름’이지요. 예수님은 아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렇게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들도, 하느님의 현존을 아는 데에 그치지 말고 하느님 현존 안에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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