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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삼촌들 위패가 모셔져 있는 현충원. 이모들이랑 언니야랑 다녀왔다. 육이오... 전쟁은 생떼 부리듯 젊은 이들을 전장으로 불러댔고 수많은 목숨이 쇠털 날리듯 그렇게 흩날렸다. 우리 삼촌 세분은 육이오 때 고스란히 삶을 앗기셨다. 막내 여동생보다도 더 푸릇푸릇했던 젊은 목숨. 지금 내 나이의 반밖에 못사셨던 삼촌들의 삶. 애국이 뭔지도 모른채 내놓은 목숨. 앗긴 가족. 남은 우리들의 그림도, 지금 이 나라도 하 수상쿠나~ 휴가 어느 날.
베드로 수녀님이 허전함을 견딜 수 없어 하셨던 양 그림..근데 난 이게 아주 맘에 듬.ㅋㅋㅋ 요건 성금요일 아침까지 후다닥 급하게 만든 것.염색 빼고는 전부 내 작품..제일 빨리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부활은, 삶의 언저리를 맴돌던 나를 기어이 일상으로 돌려보낸다. 30일 피정,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보슬비 같았던 부활. 눈부신 일상 안으로 기어이 나를 다시 밀어 넣으신다, 주님은.
오징어를 꺼낼 때마다, 멸치 반찬을 먹을 때마다 덧붙여 지는 말, '우리 성심이 가져온'은 한동안 나를 멋적게 할거 같다. 내 가방에 실려왔고 내가 들고 오긴 했지만, 그것을 준 사람은 분명 피앗수녀이고 그 과정에 나의 의지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피앗이 보내준'이라고 수식되는 것이 마땅한 그 오징어와 멸치가 한 번도 어김없이 '우리 성심이 가져온' 오징어와 멸치라고 불리고 있다. 이곳으로 오기 위해 짐을 싸면서 배달해야할 물건들 덕에 마음이 좀 불편했었다. 물론 오징어와 멸치 뿐이 아니라 작은 카드에서부터 교리책, 약, 속옷 등등 제법 부탁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우스개소리로 투덜대며 '성격 좋은 것도 이럴 땐 불편하네. 너무 쉽게 부탁들을 해서...ㅎㅎ' 했지만, 실은 진심이었다. 부탁받은 물건을 ..
캘리포니아에서도 동백은 이렇게 서럽다. 핏빛으로 물든 채 시들지도 않은 목숨들이 봉오리째 떨어져 내리는 이 시대를 상징하듯 오늘, 18대 취임식에 맞추어 시들지도 않은 동백이 봉오리째 툭툭 떨어져 내린 회색 거리. 며칠 전 불끄고 누우니 창밖으로 바람이 꽤나 불어대길래 꽃잎이 다 떨어지면 어쩌나 괜한 걱정을 하다가 꽃보다 더한 것도 떨어지는 세상인데 싶어 그냥 자버렸는데... 오늘 취임식이다 뭐다 부산한 타임라인을 들여다보다가 속절없이 떨어져내린 무수한 생명들을 떠올리고 있다. 초콜렛을 네 개째 까먹고 있다. 오늘따라 인생이 너무 쓴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