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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미오기傳 -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본문
김미옥 지음. 이유출판.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 때마다 나는 과거를 불러 화해했다.
쓰고 맵고 아린 시간에 열을 가하자 순한 맛이 되었다.
나를 술래잡기하듯 아픈 기억을 찾아내 친구로 만들었다.
내 과거를 푹 고아 우려낸 글, '곰국'은 이렇게 나왔다.
내겐 갓 튀겨낸 튀김 같았다고 하면 작가님께 좀 실례일까.
그래도 이야기 하나하나가 때맞춰 튀겨서 내 온 맛있는 튀김요리 같았다.
그 뜨거운 기름에 들어가 열을 견디고 세상 최고 고소한 맛을 내는,
입을 데더라고 지금 당장 서둘러 맛보고 싶은 튀김.
수녀원에서 처음 들어 본 '신발 밑창도 튀기면 맛있다'는 속담? 명언?이 생각날 정도로 맛있는 글이었다.
다만, 펄펄 끓는 기름을 견딘 시간을 호로록 먹어버린 우리는 알지 못하지.
서글픈 기억이 다시는 내 인생을 흔들지 않기를 바라며 쓴 글이다.
쓰다 보니 웃게 되었고 웃다 보니 유쾌해졌다.
찬란한 햇살 아래에도 그늘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론,
햇빛이 눈부실수록 그림자는 짙다는 걸 알게 된 후론,
유쾌한 글이 유쾌하게만 읽히진 않았다.
이 글도 그랬다.
때맞춰 도달하게 위해
매번 견딜 수 없는 고열의 시간을 거친 후 당도하는 글.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운은 어쩔 수 없어도 성격은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나쁜 기억은 끝끝내 살아남는 무서운 생존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 온다.
나 역시 유쾌하게 살기를 바랐고 또 어느 정도 그렇고 살고 있지만
내가 거쳤던 고열의 시간을, 쓰고 맵고 아린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잊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 시간이 빚어낸 나를 다독이고 사랑할 뿐이다.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너무 맛있게 먹어서 고맙고, 미안하고,
무엇보다 기분 좋게 배불렀다.
벌써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온 후배님의 페북을 보고 부럽다는 말을 건넸다가
빛의 속도로 배송받아 읽었다.
나머지 한 권은 아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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